치료자: “한 주 어떻게 보내셨나요?”
내담자: “불가능한 것을 붙잡고 있는 제가 너무 힘들었어요.
저체중인데 체중을 늘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그걸 붙잡고 있는 거죠.
남편이 있을 때는 토하지 못하니 힘들어요. 토하고 나면 안정감이 드는데··.”
치료자: 구토할 때 어떤 부분에서 안정감이 드시나요?
분명 이성적으로는 고쳐야 하는 것이 맞지만, 고치기 힘든 건 나에게 분명 긍정적인 부분을 가져다주니까 힘들 수 있거든요.
내담자: 단것을 왕창 먹고 나면, 안도감이 들고 ‘나 살 안 찌는구나!’ 하고, 불안이 내려가요.
근데 이상하게 편안한 친구와 먹을 때는 1인분을 다 먹고 3~4시간 수다를 떨고 토하지는 않거든요.
남편이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불편했나봐요.
이 대화에서 여러분은 어떤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나요?
아마도 추측건대, 내담자는 ‘단것을 많이 먹고 살이 찔 것이라는 불안감이 몰려왔는데, 구토를 해서 살이 찔 것이라는 불안감을 해소시켰구나’라고 생각하셨을 것입니다.
실제로 인터넷상에서는 구토가 다이어트 방법의 하나로 잘못 알려져 있기도 하니까요.
겉으로 보기에는 구토의 기능은 그렇습니다.
살이 찔 것이라는 불안감을 해소해주고, 체중이 늘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말이지요.
하지만, 이 회기에서 저는 이것을 다이어트의 문제로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나의 체중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저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구토를 한다?’
이것은 언뜻 보기에는 마른 것을 강조하는 현대사회에서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납득이 되는 말이 아닙니다.
그러니, 내담자분도 그것을 고치지 못하는 자신이 싫었던 것입니다.
본인 스스로도 자신이 전혀 이성적으로 이해가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정상적인 다이어트와 그것을 넘어서는 식이장애는 바로 이런 부분에서 차이점이 생깁니다.
그래서 구토하는 그 ‘부분’을 조금 더 심리적인 것으로, 나의 내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마음의 한 ‘부분’으로 바라봐야 문제는 해결될 수 있지요.
절대로 의지로, 행동주의적인 방법으로 구토를 없앨 수는 없습니다.
내담자분의 ‘구토’하는 그 마음을 따라갔을 때, 그 안에는 어린 시절 엄마에게 혼나고 무서웠던 초등학생의 기억으로 연상되었습니다.
전혀 상관없는 것 같으신가요?
상담하다 보면, 저는 이런 과정을 스토리는 다르지만 똑같은 경험을 반복하게 됩니다.
구토 안에 어떤 마음의 상처들이 담겨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러니 배부른 그 느낌을, 상처받은 ‘어린 나’는 위험신호라고 외치는 것입니다.
‘너 살쪄, 빨리 토해야 해!’라고 말이지요.
편안한 관계에서는 그 관계에서 주는 안정감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배부르게 먹어도 구토할 생각이 나지 않았던 것이지요.
반복되는 구토를 경험하며, 아직 이것이 마른 몸을 동경할 수밖에 없는 사회 분위기 탓이라고.
또는 나의 체중의 문제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한 번쯤은 '이것이 심리적인 문제가 아닐까?' 하고 되짚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칼럼제공: 너는 꽃 식이장애전문상담센터/박지현 상담심리사
https://blog.naver.com/flower_origi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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