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꾸준함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끈기도 없었고, 무엇이든 오래 지속하지 못했다.
성격이 급해서 뭐든지 결과가 빨리빨리 나오길 바랬다.
아르바이트에 지원했을 때도, 대학 입시를 할 때도, 자격증 시험을 봤을 때도.
바로, 다음날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결과(변화)가 빨리 나타나지 않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내가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벼랑 끝에 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운동을 시작하기 전, 내 몸이 얼마나 안 좋은지 깨달았다.
우연히 인바디를 잴 기회가 있었는데, 체지방률은 표준 이상으로 나오고 근골격근량은 표준 이하로 나온 것이다.
특히, 근골격근량은 너무 적어 거의 표시가 있는둥 마는둥 했다. 평소 공부하랴 뭐하랴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은 전혀 하지 않고 살았다.
그러니, 몸에 근육이 있을 리가 없었지만, 그 인바디 결과는 나에게 상당히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직도 그 인바디를 쟀을 때가 생생하게 떠오르니 말이다.
그때, 나는 당장 운동이 필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 같았다.
절로 마음이 조급해지고, 발을 동동 구르게 됐다. '이대론 정말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하게 된 거다.
이렇게 운동을 안 하고 있다가는 정말 내 몸이 어떻게 안 좋아질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그게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고, 비결은 따로 있다. 아주 간단하다.
첫 번째는 '타이머를 사용하는 것'이다.
휴대폰으로 30분이나 40분 정도 타이머를 맞춰놓고, 운동을 시작한다.
이 때, 실제로 운동하는 시간보다 적게 시간을 맞춰서도 안 되고, 너무 넉넉하게 시간을 맞춰놓아도 안 된다.
너무 적게 시간을 맞추면 마음이 조급해져 틀린 자세로 운동하거나 대충하게 된다.
너무 넉넉하게 시간을 맞추면, 세월아 네월아 운동하게 된다. 실제 운동하는 시간보다 조금 여유롭게 맞춰놓는 것이 좋다.
어차피 운동하면서 휴대폰을 볼 수 없으니 타이머를 맞춰 놓고, 시간 안에 끝내기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는 운동하는 시간보다 중간 중간 쉬는 시간이 많은 것 같고, 너무 천천히 운동하는 것 같아 타이머를 맞춰 운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훨씬 빠르고 집중해서 운동을 할 수 있었다.
타이머가 울리기 전에 운동을 다 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살짝 있었지만, 오히려 그 압박감 덕분에 효과를 봤다.
두 번째로 '매일 얼마나 운동했는지 체크하는 것'이다.
노트에도 적어보고, 달력에도 표시해보는 등 시도를 많이 했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휴대폰 메모장이 제일 보기 편한 것 같아 휴대폰 메모장에 남겨두었다.
오늘 날짜를 쓰고, 체크리스트 형식으로 오늘 운동량을 적는다.
그리고, 운동을 다 한 후, 체크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매일 내가 얼만큼 운동을 했는지, 한눈에 다 보여서 뿌듯하다.
매일 운동을 얼만큼 했는지 보이니까, 미룰 수도 없다.
힘들다는 핑계로 운동을 적게 한 날에는 '이 날은 평소보다 운동을 적게 했네? 피곤하거나 힘들어서 그런 거겠지만, 체크란이 비어있는 걸 보니까 기분이 안 좋다.
앞으로는 피곤해도 정해진 양을 다 하는 습관을 들이자' 라며 반성하기도 한다.
운동을 시작하고 몇 달 간은 이 체크리스트 방법을 썼다.
아직 운동하는 게 습관이 안 됐으니까. 기록해야 꾸준히 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매일 운동하는 게 습관이 되었으므로 기록하진 않지만,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기록하는 걸 추천한다.
내가 언제 얼만큼 운동을 했는지, 무슨 운동을 했는지, 기록하는 것도 있지만, 처음에는 성취감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운동을 많이 오래하지 않아도 기록을 함으로써, 꾸준히 하는 게 눈에 보이면 더 운동을 할 의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 칼럼제공: 고은작가
고은, 브런치 작가 다른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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