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메디컬 칼럼니스트 유수연입니다. 이전 칼럼들을 통해 소금, 탄수화물, 단백질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렸는데요. 오늘은 다이어트의 적처럼 생각되는 '지방'과 다이어트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영양학을 지배하는 오래되고 낡은 고정관념이 있다면 칼로리에 대한 것이 첫 번째이고, 그 두 번째는 아마 지방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방은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에 비해 높은 칼로리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어서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무지방이나 저지방 식품을 고집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지방은 비만의 결과이지 비만의 원인은 아닙니다. 의외의 연구 결과들을 소개해드리며, 오늘은 지방과 우리 신체에 관해 알아보려 합니다.
지방섭취가 비만의 원인이 된다는 건 사실일까?
비만은 지방의 축적으로 체중이 느는 현상이다 (O)
칼로리 높은 지방을 많이 먹어서 지방이 늘었다 (X)
단기간 다이어트를 할 때 저지방 다이어트 vs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뭐가 더 효과적일까?
저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모두 중요한 영양소라고 생각하기에 한 가지 영양에만 치우친 식사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은 별다른 이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우리 몸의 병이란 오랜 습관의 누적된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만약 빠른 체중감량이 필요하다면 많은 연구 결과에 따라 저지방 다이어트보다는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효과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사실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단백질과 지방은 마음껏 먹고 탄수화물을 줄이면, 체중이 줄어든다는 앳킨스 다이어트의 주장이 미친 소리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실제 연구 결과는 탄수화물을 줄였을 때 감량이 가장 잘 일어났고, 의사들이 주장했던 우려 또한 실제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학협회지(JAMA) 최신호에 실렸던 가드너 박사팀의 연구에 의하면 10개월 동안 4가지 다이어트 중 하나를 계속하며 체중 감량 효과를 비교해보았는데요.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탄수화물은 적게, 지방은 많이 먹는 황제 다이어트 (Atkins diet) : 4.7 kg
탄수화물을 많이, 지방을 적게 먹는 런(LEARN) 다이어트 : 2.59 kg
탄수화물 비율을 많이, 지방을 아주 적게 먹는 오니시(Ornish) 다이어트 : 2.18 kg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율이 40:30:30인 존(Zone) 다이어트 : 1.61 kg
지방을 적게 먹고 칼로리를 줄이는 대신 탄수화물 위주의 다이어트를 한 오니시 다이어트 그룹보다 고칼로리의 지방을 많이 먹은 황제다이어트 그룹이 오히려 체중을 두 배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10주간의 실험 결과 황제 다이어트 그룹은 또 다른 세 다이어트 그룹보다 고혈압 환자들은 혈압이 약간 내려갔고 몸에 이로운 지표로 알려진 양성 콜레스테롤인 고밀도 지단백(HDL)의 혈중수치가 약간 올라가는 긍정적 결과가 있는 것으로도 밝혀졌습니다.
저의 이전 칼럼(체지방 잘 타는 체질로 바꾸는 방법 1탄)을 통해 제가 탄수화물은 바로 쓸 수 있는 현금, 지방은 은행 저축에 비유해 설명해 드린 적이 있는데요. 이 때문에 단백질이나 지방을 충분히 먹어도 바로 쓸 수 있는 현금인 탄수화물을 적게 먹으면 은행 저축을 꺼내쓰는 현상이 발생해 우리 몸의 체지방을 감량하는 것입니다.
사실상 다이어트는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식단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영양의 불균형이 지속되다 보면 몸에도 무리가 생길 수 있어 한 가지 영양소에 편중된 다이어트는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위 결과만 봐도 지방섭취가 무조건 다이어트의 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 몸은 지방을 잘 대사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싶어합니다. 아이가 태어나 먹게 되는 엄마의 모유 성분의 1/3 이상은 지방으로 그것도 포화지방 위주로 이루어진 지방입니다. 지방이 해롭다면 어째서 그렇게 많은 양의 지방이 모유에 있을까요.
지방은 가장 안정한 영양소로서 아이의 신체를 이루고 면역력을 유지하고 세포막을 생성하는 등의 작업에 포화지방이 필요하므로 인간은 모유를 통해 많은 양의 지방을 아이에게 전해주는 것입니다.
인류의 진화 역사상 1만 년 전 인간들의 수렵과 채집, 사냥을 하며 육류 섭취를 주로 하다 농사를 시작하며 다량의 탄수화물을 섭취하기 시작했는데요. 그래서 인간의 DNA는 다량의 탄수화물을 처리하는 신체적 반응보다 육식과 지방, 단백질을 처리하는 데에 익숙한 DNA를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 중국인들이 모든 요리를 기름에 볶아 먹을 때는 오히려 비만이 적었으며, 미국 또한 저지방 다이어트가 강조된 이후로 오히려 비만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이러한 사례를 보아도 지방 섭취가 비만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며, 지방이 반드시 건강에 해로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건강식으로 대표적인 지중해식의 대부분 요리는 사실상 기름 범벅이라고 불릴 만큼 고지방 식단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불포화지방과 포화지방에 대한 오해인데요. 요즘 건강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견과류 등을 통해 식물성 지방을 섭취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맛있게 조금씩 먹는 것은 좋지만 견과류도 당연히 약은 아닙니다.
반대로 포화지방이 나쁜 것만도 아니고 지방을 섭취했다고 해서 그것이 내 몸에 축적되는 것도 아니랍니다. 체내에서 생성되는 지방은 비만의 결과이지 비만의 원인이 아니다는 것과 지방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님을 기억해두세요.
다음 칼럼을 통해서는 똑똑하게 지방을 고르는 법과 섭취하는 법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더욱 알찬 이야기로 찾아뵐게요. 다음 칼럼도 기대해주세요.
※칼럼제공: 메디컬 칼럼니스트 유수연
https://www.instagram.com/eating_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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