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사례)
'잠시도 편안한 것을 내 스스로 두고 볼 수가 없습니다.
계속 바쁘게 움직여요.일 끝나고 집에 와도 할일을 끝없이 만들어요.
약간의 휴식도 용납이 안 돼요.가만히 있으면 보잘 것 없는 내 자신이 되는 것 같아서요.
아마 폭식, 구토도 이렇게 스스로를 볶다가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폭식, 구토가 00씨에게 어떤 의미인지 탐색하고 질문하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입니다.
00씨는 위에서 저렇게 얘기하면서도 상담심리사인 제가 다시 한 번 물었을 때, 여전히 자신이 토하는 이유를 마르고 싶어서, 체중의 문제라고 대답했습니다.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후회되니 토하는 거죠.'
사실, 이 말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00씨가 겪는 폭식증의 진짜 이유는 아닌 것이지요.
정말 체중이 걱정된다면, 폭식과 구토의 방식으로 다이어트를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의식적인 두려움은 체중 증가에 있지만, 00씨가 앞에서 말한 것처럼 내면의 복잡한 역동에 의한 폭식, 구토가 더 크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원리를 빨리 알아차릴수록 식이장애 증상에 벗어날 수 있게 되겠지요.
어떤 길을 찾아갈 때 정확한 지도가 중요한 것처럼 폭식, 구토라는 식이장애 증상을 없애기 위해서는 증상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한 것입니다.
00씨의 내면에서 가장 파워가 세고,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비난의 목소리’입니다.
비난하는 부분은 00씨에게 24시간 잔소리와 비판을 쏟아 붓는 것이지요.
“네가 그렇게 앉아 있으면 되겠어?”
'너 진짜 게으르구나.“
'지금 쉬면 몇 년 뒤에 어떻게 살라고 그래?“
“너 같이 한심한 애 처음 본다. ”
이렇게 모든 면에서 00씨에게 폭격을 가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00씨는 생각하게 됩니다.
외부에서 누가 나에게 비난하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아, 나는 잠시라도 쉬면 안 되겠구나. 내가 쉬면 한심한 인간이 되겠지?’라고요.
어떨 때는 그 비난이 너무 무거워서 폭식과 구토로 도망가기도 했고, 또 어떨 때는 그렇게 분주하게 많이 먹기라도 하면서 자신이 무언가 하고 있다는 이상한 합리화시키기도 했습니다.
폭식, 구토는 ‘비난의 목소리’에 맞서기 위한 00씨의 보호막이자 친구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비난의 목소리는 하루아침에 나에게 생긴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객관적으로 분리해서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너무나 오랜 시간 나의 내면에서 함께 해왔기에, 그 저 그 비난의 목소리가 나 자신 이라고 생각해 왔을 것입니다.
여러분에게는 어떤 ‘비난의 목소리’ 가 자리 잡고 있으신가요?
그 목소리가 커질 때마다 폭식, 구토가 함께 심해지지는 않는지 한 번 관찰해 보시기 바랍니다.
증상을 없애는 데에만 중점을 두다 보면,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증상 그 이면에 있는 나의 내면을 이해하는 데에 방향을 두시기 바랍니다.
그랬을 때에 무언가 출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칼럼제공: 너는 꽃 식이장애전문상담센터/박지현 상담심리사
https://blog.naver.com/flower_origi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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