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식사>가 출간되었을 때 북토크 중에 가장 먼저 했던 이야기가 “여러분, 다이어트 하지 마세요”라는 말이었다.
다이어트 클리닉을 하고 있고, 다이어트 관련 책들을 여러 권 냈음에도, 다이어트하지 말라는 말로 시작한 이유가 있었다.
식단관리를 하고, 운동을 하고, 몸무게를 재고, 온종일 먹을 것을 생각하고 음식을 서치 주문하고….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 자신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내가 음식을 먹으면서 어떤 감정이 일어나는지, 그 감정의 요인을 하나씩 깨달으면서, 먹을 때만 오로지 떠오르는 감정이 무엇인지도 살펴보고, 상황에 따라 어떤 감정이 드는지도 지켜봐야 한다.
이 모든 감정의 책임이 나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책임이라는 것을 처리하고, 다스릴 줄 알게 될 때 감정적인 식사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 수잔 앨버스가 폭식과 다이어트에 대한 스트레스를 상담하던 중에 어머니와의 갈등 때문에 폭식하던 20대 여성이 있었다.
다이어트에 자꾸 실패하는 이유가 음식 앞으로 ‘내몰리는’ 감정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이후 그 감정을 관리하는 능력을 키우도록 상담받았더니 식욕을 당기게 하는 순간의 충동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그 동안의 다이어트 실패는 의지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였는데 자신의 의지가 약하다고 생각하고 지냈던 것이다.
음식에 대한 거부감은 다이어트를 하는 데 방해될 뿐 아니라,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
사람과 관계맺는 것처럼 음식과도 좋은 관계가 되어야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나 자신’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폭식하거나 식욕 억제하지 못하는 것은 위장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뇌의 문제이며, 감정을 살펴보면서 가짜 식욕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나는 가짜 식욕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면서, 수잔 앨버스를 알게 되었고 감정식사 책을 번역하고 감수하는 데 참여하게 되었다.
정신과 의사가 ‘다이어트’ 이야기를 한다고 할 때마다, 나는 “정신과 교과서에도 비만 챕터가 따로 있다.”라고 답하게 되는데, 다이어트에 관심을 둔 것은 내 문제와 관련한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의과대학에 다니던 시절 닭장에 갇힌 가축처럼 사방이 꽉 막힌 병원에 갇힌 기분으로 인턴 생활을 했고 생전 살쪄본 적 없다고 생각했는데 태어나 가장 큰 몸무게를 얻었다.
살찐다는 게 결코 ‘먹는 것’만을 조절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그때 의대생이었던 나를 먹기만 하도록 만든 건 스트레스다.
“자유롭지 못하니까 스트레스를 받고 먹는 걸 제어하지 못했다. 먹는다는 건 행동인데, 행동을 결정하는 건 뇌다. 결국 다이어트를 잘하는 방법은 뇌를 조절해주는 거다.”
뇌를 조절한다는 것은 뇌를 훈련한다는 말과 같다.
흔히 다이어트로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는 “제발 그만 먹게 해달라”라는 요구를 가장 많이 한다.
식욕억제제를 처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추천하지 않는다.
식욕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다.
다이어트를 반복적으로 하는 분들의 특징은 아예 먹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식욕을 누르기만 하다가 다이어트가 끝나면, 다시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는 식욕이 폭발하고 만다.
이 때문에 폭식증이 생겨 식욕억제제를 복용하기 시작하면, 쉽게 끊지 못한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먹고 싶다는 감정이 아니라 이성적인 사고가 먹을 것을 결정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감정적 식사를 일으키는 감정을 찾아내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칼럼제공: 서초좋은의원 원장 유은정, <내 몸이 변하는 49일 식사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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