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불러 죽겠다.’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표현이에요.
배부르면 배부른 것이지 왜 죽겠느냐는 거죠?
그만큼 배가 부른 기분, 위가 늘어나 확장된 기분은 불쾌한 감정에 속하고 걷기에도 숨이 차거나 위장이 늘어나서 숨쉬기가 불편해집니다.
이런 경험 누구나 다 해보셨죠?
이만큼 먹는다면 ‘식욕 하나 조절하지 못하는 루저’라는 생각에 오늘 하루도 기분이 다운된 분들 계신가요?
그러면, 지금 식욕과 식탐의 차이를 점검해봐야 합니다.
20여 년 동안 비만의를 하면서 다이어트에 실패했던 수많은 사람을 지켜봤었습니다.
그 사람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살을 빼기 위해서는 무조건 먹는 것을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눌렀던 스프링이 팡 튀어 오르듯 먹고 싶은 음식을 꾹 참으면 억압은 언젠가 폭발하는 법.
배가 부른데도 계속 먹는 이유는 음식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인데요, 그러면 식탐은 왜 생기는 걸까요?
식욕을 무조건 나쁘게 생각해서는 안 되며, 식탐과 혼동해서도 안됩니다.
기분 좋게 먹는 욕구는 좋은 것이지만, 식탐은 특정 음식을 꼭 먹어야 하고 갑자기 먹고 싶어지면서 잘 해소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먹어도 허전한 기분이라는 것인데요, 대뇌에서 쾌락 회로를 따르게 되는 행위중독과 동일한 경로를 거치기 때문입니다.
게임 중독이나 알코올 중독, 섹스 중독, 마약과 같은 중독의 회로를 거치게 되면 즉각적인 만족을 찾게 되고 자제심을 발휘할 수 없게 만듭니다.
이쯤 되면 먹는 것 하나 조절하지 못하는 자신을 무조건 탓해서는 안 되겠죠.
다이어트는 늘 본능의 뇌 (변연계)와 이성의 뇌(전전두엽)의 싸움이 계속된답니다.
다이어트하니까 먹지 말라는 이성의 뇌와 그래도 나는 저것을 먹고야 말겠다는 본능의 뇌는 오늘도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대부분 본능의 뇌와 이성의 뇌의 싸움은 누가 이길까요?
네, 맞습니다. 그래서, 다이어트는 작심삼일이 되는 거랍니다.
요즘 저는 식탐을 식욕과 구분해서 ‘가짜 식욕’이라는 부르는데요, 이는 감정적 식사와 이어지게 되고 폭식을 유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짜 식욕을 일으키는 다양한 감정의 요인들을 깨달아가면서 식탐 뒤에 있는 숨은 감정을 찾아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감정적 먹기(emotional eating)는 심리적 허기, 즉 마음을 배고프게 하는 감정적 요인이 반드시 있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날은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음식으로 도망가기도 합니다.
우울함이나 무기력이 있을 때는 뭔가 짜고 매운 것을 먹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불공평한 일을 겪거나 화가 치솟으면 달콤한 음식으로 나를 달래주죠.
외롭고 허전한 날이면 추억의 음식들을 떠올리면서 그것을 당장 먹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초조해지기도 합니다.
다른 음식으로는 절대로 대체될 수 없는 그 기분.
꼭 그것을 먹어야만 풀리는 감정의 트랩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참 듣기에 어려운 것 같지만, 식사일기를 매일 적으면 가능합니다.
내가 많이 먹었던 날, 식탐 뒤에 숨어 있는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작업은 연습이 필요하답니다.
아무리 먹어도 허전하다면 고민해보세요.
내가 외로운지, 화가 났는지, 우울한지 아니면 내 기분 상태가 왜 이런지 말이에요.
※ 칼럼제공:JUNE lifestylist유은정 원장
(정신과 전문의, 내 몸이 변하는 49일 식사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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