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비만미용치료학회 학술이사로 10년째 매해 비만클리닉 의사들에게 강연하면서 ‘식욕억제제 없는 비만치료’를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심리적인 허기는 식욕억제제로도 잘 조절되지 않는데, 다이어트를 한다고 식욕억제제를 먹다가 우울증, 불면증, 조울증이 생기는 경우를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정신과의사가 왜 비만클리닉을 하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얼마 전, 세바시 강연에서도 언급했듯이 ‘먹는 것이 곧 나 자신이다(What I eat is Me!)’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식습관은 자신을 존중하고, 내 몸과 마음을 사랑하는 자존감과 연관이 깊으며, 폭식증이라는 질병은 곧 자기조절의 실패를 말하기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내가 한심하게 생각되면 불필요한 음식을 마치 나에게 벌을 주듯이 내 입에 무의식적으로 집어 넣게 된다.
맛도 모르는 상태에서 ‘보통 어느 정도 먹어야 폭식증이라고 할 수 있나요?’ 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나는 식이장애 전문가로 진단기준을 제시하기보다는 이렇게 심플하게 대답하곤 한다.
“내가 먹는 것을 맛도 모르고 먹는다면, 폭식증에 가깝다고 볼 수 있어요.”
식이장애가 과거보다 급격하게 늘어나는 이유도 낮은 자존감을 외모로 극복해보려는 다이어트 중에 너무 극단적인 다이어트에 몰입하기 때문이다.
그런 다이어트는 평생 지속할 수가 없다.
일반적으로 10~20대에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고 요요 현상을 경험하고 나서, 고무줄 체중으로 평생 다이어트에 시달리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다이어트강박, 외모 컴플렉스, 우울증, 대인기피, 식이장애가 다이어트의 심각한 부작용으로 나타나게 된다.
정신과 의사로써 다이어트 심리에 관심을 가지고 첫 출간한 책이 <나는 초콜릿과 이별 중이다>였으며,최근에는 저서 <내 몸과 마음을 바꾸는 49일 식사일기>를 통해 건강한 식단과 마음 챙김 먹기를 통해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내가 특별히 다이어트 심리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몸과 마음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다이어터들에게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살이 빠지면 기분이 좋아지고, 기분이 좋아지면 살이 빠지는 원리는 식욕중추가 뇌에서 중요한 감정과 욕구를 다루는 시상하부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 기분을 잘 다스리지 못하면, 결코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없다.
식단조절이 잘 되면서 기분이 조절된다면, 체중이 빠지는 것은 보너스일 뿐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식단조절을 하게 되면, 포만감이 오지 않을 뿐 아니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로 인해 식탐이 더 늘어나게 되고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여 체지방이 쌓이는 체질로 바뀌게 된다.
잠을 푹 자지 못하면, 야식증후군이 생기기 쉽고 만성피로로 인해 신진대사가 느려지기 때문에 수면도 다이어트에 가장 중요한 팩트인 셈이다.
결국, 다이어트를 잘하기 위해서는 내 몸과 마음의 리듬을 살펴보고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마음의 여유 시간이 없기 때문에 현대인은 비만과의 전쟁을 하게 되고 간편식과 패스트푸드 등 상업화된 식단으로 인해 살이 찐다.
이것은 한 개인의 게으름이 아니다.
20년간 비만 클리닉을 운영한 의사로써,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살이 찌는 것은 당신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살이 찌는 이유를 찾지 못해서라고.
살찌는 이유는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가 점점 사람들을 살찌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맛있게 만들어야 잘 팔리고 맛있는 음식들은 살찌게 만드는 상업주의의 문제가 비만을 21세기 현대인의 가장 심각한 건강문제로 만들어버렸다.
세계인구의 1/3이 비만이라고 하니 이게 어찌 한 사람의 잘못이라고만 할 수 있겠는가.
음식에 중독되게 만드는 사회적 상황, 그리고 그 상황 가운데 식욕을 조절하지 못하게 만드는 뇌탓을 하면 좋겠다!
※칼럼제공: 서초좋은의원 원장 유은정, <내 몸이 변하는 49일 식사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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