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차림이 얇아지고 메이크업도 가벼워지는 계절이 다가오면서, 덩달아 다이어트의 시즌도 찾아왔다.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의 모습을 사랑할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장착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자기 외 다른 곳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무민라이프, 그리고 타인의 시선에 상관없이 내가 행복해야 한다는 욜로라이프 등등.
나에게 집중하는 전반적인 라이프 트렌드가 휩쓸고 있는 가운데 자기 확신이라는 키워드가 예전보다 더욱 필요하게 되었다.
과거에는 다른 사람들의 보편적인 기준에 얽매였다면, 지금은 ‘나만 좋으면 된다.’라는 개념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나이, 체중, 인종, 장애 등을 초월하여 나이가 어리면서 날씬하고 장애가 없어야 아름답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게 되었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 시니어 모델, 그리고 사시, 백반증, 심한 곱슬머리, 검은 피부색 등과 같은 신체적 특징이 오히려 그 모델에게서만 발견할 수 있는 고유한 아름다움으로 자리하게 된 것이다.
시니어 모델 김칠두는 얼굴은 60대이지만, 20대 못지않은 핏으로 모델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외적인 모습 이면에 숨겨진 개개인의 스토리가 우리에게 더 많은 상상력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의 고유한 특징들을 단점이라고 여기기보다는 스스로 매력으로 소화함으로써 오히려 남들과 구별되는 아름다움으로 새롭게 재해석했다는 점이다.
자신의 나이 든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했다는 점에서 누구도 반격할 수 는 당당함이 묻어난다.
그리고, 어린 모델들이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의 분위기로 대중들을 압도했다.
아침마다 거울을 보면서 줄곧 이런 생각을 한다.
‘아, 이런 화장이 잘 안 먹었네. 요즘 트렌드 같지 않아. 이 옷은 나에게 안 어울려. 이상하게 보일 거야.’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자기 확신이 없는 사람들은 자신의 스타일이 평생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비만 클리닉을 하는 정신과 의사로써 20~30대 여성들을 상담하면서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마인드를 먼저 장착하라고 권한다.
첫째, 사회가 제시하는 미적 기준을 버려라.
몇 살에는 어떤 스타일로 옷을 입어야 하고 시즌별 유행은 어떻게 따라가야 하고 이성이 좋아하는 스타일은 어떤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굴복하지 말라는 것이다.
둘째, 나의 가장 좋은 친구는 바로 나란 점이다.
그런데도 매일 아침 ‘얼굴이 왜 이래?’라는 비난의 화살을 반복적으로 나에게 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나 스스로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내 스타일과 취향에 대한 자기 확신을 가져라.
자기 확신을 가질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은 자신을 돌보는 시간으로 가꾸어 갈 수 있다.
피부 관리에 쏟는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돈을 마음 관리에 조금만 양보해보라.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책에서 나는 ‘블럭데이’를 제안했다.
바쁘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스케줄이 빽빽하게 차 있는 이들에게 ‘자기만의 시간’을 절대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주일에 하루 ‘블럭데이’ 만이라도 외부의 요구에서 벗어나 아무런 약속이나 의무가 없는 날을 정해보자는 이야기다.
야간진료가 있는 다음날을 블럭데이로 정하고 다른 약속을 잡지 않으려고 한다.
오롯이 혼자 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상상만으로도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혼자 쓸 수 있는 시간에 남산 꽃길을 걷거나 서촌 원데이 다도 클래스에 가보기도 한다.
그 순간만큼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내 몸과 마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우선순위를 나 자신에게 두지 않는 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잘 씻지도 못한 채 침대 위에 붙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여유가 없는 사람은 결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없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20~30대 여성들이 얼마나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 알게 되면 깜짝 놀랄 것이다.
외모에 대한 평가를 대놓고 하는 예의 없는 사람들의 함부로 던지는 말에 혼자 상처를 받는 일이 너무 많다.
“옷이 그게 뭐야?” 라는 말을 들었다고 옷을 갈아입고 출근하는 경우, 심리적 거리 두기를 제안한다.
남의 의견을 나와 연관 지어서 내 것으로 만들지 않는 연습이다.
심리적 거리 두기가 가능해지면 남의 이야기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존중하게 된다.
‘아, 저 사람은 저런 생각을 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그 생각이 틀린 것이 아니라, 나와는 다른 것뿐이야.’
덜 예민한 사람일수록 속은 편하다.
남의 얘기를 훌훌 털어버리지 못하고 내 단점에 지나치게 눌려 있다면 우선 완벽해지고자 하는 헛된 욕망을 버리라고 조언한다.
진료실에서 성형수술을 해도 만족하지 못하는 탓에 재수술을 여러 차례 받다가 오히려 수술 전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힘들어하는 분들을 본다.
수술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내 모습 외에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잘못된 미적 기준을 정답으로 여겼다.
마치 원하는 물건을 원클릭으로 쇼핑을 하듯이 성형외과에서 얼굴을 수정하고 다이어트가 시급하면 위 밴드 수술을 바로 예약한다.
충분한 마음의 준비와 전문가와 면담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한 결정으로 수술 후유증과 불만족의 위험이 커진다.
컴퓨터를 다시 켜듯, 마음에 안 드는 자신의 모습을 극심한 다이어트와 성형으로 새로 바꾸길 원한다.
체중도 마찬가지인데, 무슨 짓을 해서라도 48킬로가 되지 않으면 만족할 수 없었던 여대생은 결국 다이어트 강박과 식이장애 후유증을 앓게 되었다.
그녀는 심리치료를 통해 모든 여성의 꿈의 몸무게인 48킬로가 모두에게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이후 다시는 미적 기준에 대한 세상의 정답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자기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을 때 행복하다.
스스로 인정받고 싶고 아름다워 보이고 싶은 욕구를 다른 사람의 기준에서 찾지 마라.
남의 시선, 남의 말, 남의 기준에 의해 기분이 출렁거리는 분들은 더는 자신의 감정에 속지 않길 바란다.
부정적인 평가를 듣고 하루를 망친 경험이 있다면, 그 사람 옆에서 나 자신을 먼저 지켜내라.
평생 남을 의식하다가 내 인생을 단 하루도 살지 못할 수 있다.
마음이 단단한 호숫가 같을 때, 수만 개의 표정 근육들이 여유가 생기고 어딘가 모르게 예뻐 보이는 것이다.
남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따라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함으로 요동치는 것이 아닌, 조금은 뻔뻔하게 보이더라도 나만의 매력을 찾아내는 단단한 ‘마음력’이야말로 평생 지속 할 수 있는 ‘스펙’이 아닐까.
※ 칼럼제공:서초좋은의원 유은정 원장 (정신과 전문의, 내 몸이 변하는 49일 식사일기 저자)
함께 읽으면 도움되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