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를 하다 보면 가장 부러운 사람은 단연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체질'을 가진 사람이다.(자연과학연구에서 체질이란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편의상 사용했다.)
정말 그런 체질이 있을까 의구심이 들지만, 분명 많이 먹는데도 마른 사람들을 주변에서 한둘은 꼭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유전적으로 살이 잘 찌지 않는 시스템을 타고난 사람들은 절대 뚱뚱해지지 않을까? 반대로, 유전적으로 살이 잘 찌도록 설계된 시스템을 갖춘 사람들은 날씬해질 수 없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답은 'X'이다.
후성 유전학에서는 사람의 행동이 유전자를 바꿀 수는 없지만, 그 표현방식은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식습관, 운동 습관 등 생활습관이나 정서적인 환경에 따라 유전자의 발현 방식을 바꿔 줄 수 있고, 이는 유전적으로 살이 쉽게 찌도록 설계된 사람이라도 습관에 따라 살이 잘 찌지 않는 형태로 유전자가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호르몬의 작용은 살이 찌고 빠지는 데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여성들이 월경 중에는 체중이 1~2kg 증가하는 것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작용 때문이다.
여러 호르몬 중에서도 코르티솔, 렙틴, 아디포넥틴 등의 호르몬은 비만과 매우 관련이 깊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생체 리듬에 따라 작용을 한다는 점이다. 즉, 사람이 낮에 활동하고 밤에 잠을 자는 생체 리듬에 맞추어 호르몬들도 작용하는 것이다.
흔히 밤 늦은 시간에 먹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식사를 하는 것은 생체 리듬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활동을 하고 수면을 취하는 사람의 행동과 체내 시스템이 이에 맞춰 적합한 호르몬들이 작용하고 대사가 일어날 수 있도록, 체내 외 환경을 동기화 시켜주는 것이다.
따라서, 불규칙한 식사 습관이나 밤 늦은 시간에 식사하는 습관은 생체 리듬을 깨게 되어, 대사를 조절하는 여러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게 된다.
실제 2013년도 스페인에서 이루어진 한 연구에 따르면 늦은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이른 식사를 하는 사람들에 비해 체중 감량이 더욱 어렵다고 한다.
해당 연구에서는 체중 감량을 시도하고 있는 과체중 혹은 비만인 사람 총 411명을 피험자로 두었는데, 그 중 199명은 3시 이전에 대부분의 식사를 하는 (혹은 점심 식사를 3시 이전에 하는) 사람들이었고, 나머지 212명은 대부분의 식사를 3시 이후에 하는(혹은 점심식사를 3시 이후에 하는) 사람들이었다.
두 집단은 식사 시간 이외에 나이, 총 식사량, 수면 시간, 식욕 호르몬 등의 조건들은 모두 비슷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른 식사를 하는 집단의 체중 감량 정도가 훨씬 컸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마른 여성들을 대상으로 식사 시간의 변화가 체중 감량에 미치는 영향을 보았다.
이 연구에 따르면 오후 3시 이전에 점심식사를 하던 여성들이, 오후 4시 30분에 점심 식사를 하도록 식습관을 바꾼 지 1주일만에 체중이 증가하고 여러가지 대사 문제에 시달리게 되었다.
유전자는 바꿀 수 없지만 환경은 유전자의 표현 방식을 바꾼다.
수많은 유전자 중에서도 바이오 리듬을 조절하는 유전자들은 대사와 비만에 관련이 깊다.
식사를 일찍하는 습관만 들여도 생체 리듬을 잘 조절할 수 있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이어트를 하는 중이라면, 아침 점심 식사는 모두 오후 3시 이전에 마치고, 오후 7시 이후에는 금식하는 것이 도움될 것이다.
<참고 문헌>
Lopez-Minguez, J., P. Gómez-Abellán, and M. Garaulet. 'Circadian rhythms, food timing and obesity.' Proceedings of the Nutrition Society 75.04 (2016): 501-11. Web
※ 칼럼제공: 서울대학교 식의학유전체 연구실, 이준
http://brunch.co.kr/magazine/ljune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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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는 퇴근해 이것저것해서 먹으면 참 맞추기 어려운시간이다.
우리모두 4시쯤엔 퇴근해야 7시 전에 다 먹을수있을듯....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