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가장 현격하게 떨어지는 운동 능력이 있다. 그것은 평형감각이다.
보통 평형감각을 평가하는 테스트는 외발서기다. 40초 이상을 버티면 평형성은 좋다고 할 수 있다. 60세 이상은 15초 정도만 버티면 평균에 든다.
그만큼 나이가 들면 평형성은 신체 능력에 있어서 제일 먼저 적신호가 켜진다.
내가 구성한 운동 프로그램도 평형성 향상을 위한 항목이 포함된다. 또한 모든 연령에 공통으로 적용할 정도로 균형 감각을 운동 능력의 척도로 여기고 있다.
평형성을 관할하는 기관은 눈과 귀 그리고 소뇌이다. 그런데 한 가지 더 있다. 그것은 고유수용성 감각이다.
고유수용성감각(proprioception)이라고 불리는 특수감각은 근육과 건(힘줄), 그리고 관절에 주로 분포해 있다.
근방추(Muscle spindle), 골지건 기관(Golgi tendon organ), 관절수용체가 대표적인 고유수용성 감각 기관이다. 이들은 힘의 속도, 근육이 늘어나는 정도, 외부에서 들어오는 힘 및 관절의 위치 등에 각각 반응을 한다.
잠시 용어에 대해서 정리해 보기로 하자.
먼저 고유수용성감각(proprioception)은 근육과 관절에 위치한 고유한 센서이다. 그래서 특수감각이라 불린다.
보통 시각, 청각, 후각, 미각, 피부감각을 합쳐서 오관, 즉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이는 다섯 감각기관으로 불리는데, 한 가지가 더 있다. 그것은 바로 근육이다.
그래서 요즘은 감각기관을 일컬을 때 육관(六官)이라는 말을 쓴다. 고유수용성 감각이 있기에 근육이 육관이라 불릴 수 있는 것이다.
고유수용성 감각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다양한 자극을 받아들여서 대뇌로 전달하고, 또한 대뇌에서 정보를 분석하여 그에 맞는 대응책을 보낼 때, 고유수용성 감각이 받아서 근육과 관절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근방추와 골지건기관, 그리고 관절수용체는 고유수용성 감각이 일을 하는 도구들이고, 사용 용도에 따라 다르게 활용된다. 각각의 이름들은 학자들이 연구한 결과로 명명된 것이다. 수학공식처럼 말이다.
첫 번째, 근방추는 근육 내부에 위치해 있어서 물레로 실을 감는데 쓰는 굴대 모양을 하고 있다.근육의 늘어나는 속도와 길이를 조절한다.
근방추가 적용되는 예로써는, 길을 가다가 움푹 페인 보도 블록을 잘못 밟았는데 발목이 꺾이고 말았다. 근방추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발목은 일정 길이 정도 꺾였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한 가지 더 예를 들자면, 태권도장에서 다리를 벌려 스트레칭을 할 경우다.
어느 정도 다리가 벌어지면 다리 안쪽 근육은 고정된 상태로 더 이상 늘어나지 않게 된다.
그 시점이 근방추가 근육을 보호하기 위해 작동하는 순간이다. 만약 다리를 무리하게 더 늘리게 되면 근육은 늘어나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근육 내부의 섬유가 찢어지게 된다. 근방추의 한계를 넘게 되는 상황이다.
두 번째, 골지건 기관은 근육과 뼈 사이(힘줄)에 분포해 있다. 골지라는 말의 의학적 용어는 '힘줄에 있는 피막에 싸인 신경 종말. 힘줄이 당겨지거나 근육이 수축할 때 자극을 받아들인다' 이다.
골지건 기관은 외부적 힘에 대해서 근육을 보호하는 센서이다. 팔씨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로 나타난다. 힘을 쓰면서 버티다가 상대방이 자신보다 힘이 더 세다고 감지가 되면 힘을 풀어버리는데 이 기능이 골지건 기관이 하는 역할이다.
즉 근육에 강한 힘이 들어오면 처음엔 버티려고 애를 쓴다. 그러다 골지건 기관이 힘의 크기를 판단하고 더 버틸지 포기할지를 선택하게 된다. 헬스장에서 용을 쓰고 아령을 하나 더 들려고 하다가 내려놓은 상황이 골지건 기관이 작동하는 시점인 것이다.
세 번째, 관절수용체는 관절주변에 포진해 있는데, 몸의 위치 추적기라 말할 수 있겠다.
장대 높이뛰기를 한다고 가정할 때, 장대를 짚고 하늘 높이 올라간 후 폴대를 넘으려고 하는 순간에 관절수용체는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작동하여 손과 장대를 분리시켜 버린다. 순간적인 상황에서 몸의 위치를 스캔하고 폴대를 넘기 위한 모든 준비를 최적화 시켜 놓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각각의 도구들(근방추, 골지건기관, 관절수용체)도 하나의 작업을 위해서 모두 사용될 수 있다. 그 작업은 평형성을 유지하는 경우이다.
평형성 운동의 대표적 방법이 외발서기다. 한 다리를 들고 서 있는 자세가 쉬운 동작처럼 보이지만, 쉽게 보이기 위해서 몸의 내부에서는 부산하게 세 가지의 고유수용성 감각기관(근방추, 골지건기관, 관절수용체)이 작동한다.
운동을 하다가 혹은 외부의 충격으로 부상을 입게 되면 몸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할뿐더러 중심 잡기가 어려워진다. 그 이유가 고유수용성 감각기가 고장났기 때문이다.
근육과 인대, 그리고 건(힘줄)이 다치면 고유수용성 감각기 또한 다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그래서 재활을 위한 운동 종목에는 반드시 고유수용성 감각기를 회복시키는 시기를 꼭 거쳐야만 한다.
예전 축구 국가대표 ‘팀 닥터’였던 나영무 박사가 쓴 ‘운동이 내몸을 망친다’라는 책 내용 중 축구를 통해서 고유수용성감각이 하는 일을 설명해 놓았다.
잠시 들여다보면,
『실제로 축구를 한다고 할 때 공을 보지 않고 슛을 해야 할 상황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때는 감각적으로 슛을 해야 하는데 이 고유수용성 감각이 없으면 발목의 위치를 어떻게 해서 인스텝으로 킥을 해야 할지, 아웃사이드로 해야 할지 등 몸으로 느껴야 하는 감각을 못 느낀다는 것이다. 결국 엉터리 슛이 나오고 만다. 그리고 점프를 했다가 착지를 할 때 발목의 위치를 제대로 못 잡아서 발목을 삐기도 한다. 균형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고유수용성감각을 회복하거나 민감성을 키우는 방법이 있다. 앞에서 말한 것이다. 눈을 감거나 뜨고 한 발로 서기를 연습하는 것이다. 하기만 하면 균형능력이 월등히 좋아진다.
농구선수들이 보수(볼록한 모양의 푹신한 고무 재질로 만든 소도구) 위에서 한 다리를 들고 농구공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행위는 최상위 난이도에 속한다. 한번 해 보시라.
*참고문헌 : 인체기행, 지성사 / 운동이 내몸을 망친다, 담소
※ 칼럼제공: 피트니스 큐레이터, 김성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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