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려면 그동안 모르는 척했던 내 장점들을 캐내야 한다. 2014년 비우기 모임 첫 시간에 각자 몸의 장점이라기보다는 마음에 드는 점을 찾아보자고 이야기했다.
보통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 롤 모델을 꼽는데, 그 효과는 잘 모르겠다. 분명히 노력으로 될 수 있는 부분과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내가 아무리 살을 뺀다고 해도 장윤주처럼 비율이 좋아질 수는 없고, 마찬가지로 아무리 열심히 운동을 해도 김혜수의 손에 넣을 수는 없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몸매보다 내 몸매에 관심을 가지자는 의미였다.
게다가 요즘 자기 계발서들을 읽어보면, 과거에는 약점을 보완하라고들 했지만 요즘은 가지고 있는 장점을 극대화하자는 추세이다. 약점 보완에는 한계가 있고 효율도 떨어지며 그 과정에서 자존감을 해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나는 몸매 관리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게다가 자기 몸의 장점을 알게 되면, 다양한 목표 설정이 가능해진다.
나는 내 엉덩이를 꽤 좋아한다. 약간 오리 궁둥이라서 살쪘을 때는 뒤에서 보면 엉덩이밖에 안 보이는 다이아몬드 체형이었다. 아주 스트레스 덩어리였지만 이제 꽤 부피가 줄어서 오동통하니 마음에 든다.
반대로 내 몸매의 단점들에 집중하다 보면, 그냥 다시 태어나자는 생각밖에 안 든다.
그리고 점점 내 몸과 스스로가 싫어진다. 남들이 지나가면서 하는 말도 충분히 큰 효과를 끼치는데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세뇌하다 보면 어떻게 되겠는가? 노력으로 되지 않는 부분에 집착하지 말자.
그런 건 잊어버리고, 자기 몸에서 마음에 드는 부위를 찾아보자. 아주 마음에 들 필요는 없다. 그나마로 충분하다. 남들이 가끔 칭찬해 주는 곳일 수도 있고 샤워하고 나서 거울을 보면서 '그래도 이건 괜찮지'라고 내심 생각하는 부분일 수도 있다.
나 역시 엉덩이 라인이 여성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 조금씩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음에 드는 부분을 부각시킬 수 있는 스타일링을 찾아보자. 옛날에는 스타일링을 귀찮고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스타일링을 통해서 매력을 몇 배로 키울 수 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만큼 날씬해 보이는 스타일링에도 관심이 많은데 결국 한 줄로 정리할 수 있다. '날씬해 보이기 위해서는 내 몸에서 날씬한 곳을 드러내면 된다'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에 나온 구절이다.
그런데 내가 이 말을 꺼내면 꼭 이렇게 대답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래 봤자 내 몸에는 모델처럼 날씬한 곳이 없어요. 흑흑'
아, 자기 몸의 장점을 찾을 때랑 똑같다. 그러면 나는 또 흥분해서 대답한다.
'으아아악! 그 이야기가 아니에요. 내 몸매에서 모델 같은 부분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 몸에서 비율상 다른 부분보다 날씬한 부분을 찾는 거예요!'
플러스 사이즈 잡지가 있을 만큼, 플러스 사이즈와 그 스타일링에 관심이 많은 외국 사이트의 정보를 열심히 번역해 날라도 봤다. 자신의 몸매 스타일을 체크해볼 수 있는 사이트도 알려 줬는데 다들 반응이 … '으헝으헝' 이었다.
무슨 몸매 형이 나왔다며 울고 있는데 나한테는 '그게 대체 왜?!'라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그 사이트는 어디가 살쪘으니 빼라고 이야기 하지 않고 'Beautiful in every shape!'라며 모든 몸매에서 고유한 아름다움을 찾아주었는데도 말이다.
자신의 몸매가 어떻다는 것은 울 일이 아니다. 어차피 '내 몸매 이래서 마음에 잘 안들어'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몸매가 바뀌지 않고, 남의 몸매 부러워해 봐야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지도 않는다.
그냥 내 몸매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잘 살리면 되는 거다.
출처: 책 <뚱뚱해도 괜찮아> 중 발췌
※ 칼럼제공: 닥터유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