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안의 여성적인 본능과 속성을 부정하고 살아온 기간이 굉장히 길었다.
난 뚱뚱하니까 여성스러워 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대체 왜 나이가 들면서도 여성스러워지지 않을까 생각도 많이 했는데, 내가 여자인 나 자신을 모르는 체하고 있어서 그런 것이었다.
그렇게 십여 년을 살다 보니 여자가 아닌 척 털털하게 사는 것이 더 편해져 버렸다. 그래서 살을 빼고 나서도 나는 내 안의 여성스러움을 불편하게 생각했다. 여성스러워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괜히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했다.
그러나 과거 사진들을 정리해 보면서 중요한 사실을 알았다. 나는 그동안 계속 여성스러웠다는 것이다.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하지만 예쁘게 나오지 않을 테니 웃기는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중간 중간 예쁘게 나온 사진들이 있었다. 체중은 늘 같았는데도!
'어라, 이 사진들은 대체 뭐지?'주로 친한 언니들이 찍어 준 사진들이 그랬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예쁜 구석이 없었는데도 언니들이 '예쁘다, 귀엽다' 하며 사진을 찍어줬고, 나도 잠시나마 '내가 예쁜 갑다!'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그 당시에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다시 보니까 그렇게 찍힌 사진들이 유독 예뻐 보였다. 내 안의 여자를 받아들이자 표정 자체가 달라진 거다.
사진들을 보면서 '내가 또 바보짓을 하고 있었구나!'하고 깨달았다. 내 특성이었던 뚱뚱함을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또 다른 특성이 여성스러움은 모르는 체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건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말이다.
화장도 거의 안하고, 구두보다 운동화를 좋아하고, 여전히 꾸미는 것은 어렵게 느껴질 정도로 나에게 여성성이라는 것은 멀기만 하다. 그래도 나는 이제 그 속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체중이 많이 나간다고 나처럼 자기 안의 여성성을 뭉개 버리지는 말자. 호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예전에 언니들이 나에게 그랬듯이 나도 그 사람에게 '예쁘다'고 말해주고 싶다.
각자의 매력이 있는 거고, 또 예쁘다는 소리를 들을수록 더 예뻐지는 것 같으니까.
이런 이야기하면 연예인처럼 예쁘냐고 딴지 거는 사람들이 꼭 있는데, 앞에서 말했듯이 그런 문제가 아니다!남들과의 비교를 떠나서 자기 안에 있는 최상의 아름다움을 찾아보자.
제발, 과거의 나처럼 여성성을 마구 몰아내는 실수는 하지 말기를.
출처: 책 <뚱뚱해도 괜찮아> 중 발췌
※ 칼럼제공: 다이어트 하는 닥터, 닥터유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