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 웨딩드레스를 고를 때 따라다니면서 남자 웨딩플래너와 잠시 수다를 떨게 되었다. 친구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올 때마다 감탄의 연속이었다.
'이야. 예쁘다! 우와, 이번 건 더 예뻐!'한참을 이러고 있는데, 아무래도 신부가 예쁘면 여러모로 일이 편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 역시 어쩔 수 없지.. 하면서도 약간 우울해하는데 그 웨딩플래너가 설명을 덧붙였다.'그게 말이죠. 단순히 외모 문제만은 아니에요.'
‘엥? 예쁜 사람한테 더 잘해주게 되고, 더 챙겨주게 되는 것이 외모 때문이 아니라니 대체 무슨 소리야’
나도 모르게 귀가 쫑긋 섰다.
'제가 몇 년 동안 웨딩플래너로 일하면서 경험한 건데요. 외모에 따라서 호의를 베풀었을 때 받아들이는 태도가 많이 다르더라고요. 외모나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있는 분들은 호의를 베풀면 그냥 기쁘게 받아드려요.
워낙 많이 받아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게 기뻐하고 고마워하면서 받는 분을 더 챙겨 드리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약간 위축되어 있는 분들은 호의를 베풀어도 혹시나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왜 대체 나한테 그러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이 행동하시는데…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약간 껄끄러워하시는 것이 느껴졌어요.”
어떤 느낌인지 말로 표현 안 해도 너무 잘 알겠더라. 나도 그나마 막내라 남들에게 도움을 받고, 챙김을 받는 것에 익숙한 편인데도 여전히 호의를 받는 것이 어색했다.
아무 이유 없는 호의를 받으면 감사한 마음과 함께 경계심이라는 녀석이 슬쩍 따라왔다. 내가 그럴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그 태도가 결국 내 복을 달아나게 만드는 것이었다.
솔직히 외모는 중요하다. 나도 예쁘면 좋고 잘 생기면 좋다.
책을 고를 때도 내용보다 표지를 먼저 보고 고를 때도 있다. 요즘 외모지상주의가 심해졌다느니 어쩌니 이야기하지만,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에서도 알 수 있지 않나? 한눈에 남 속까지 볼 수 없으니 외모를 볼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외모와 몸매가 똑같더라도 태도 하나에 꽤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물론 내가 태도를 바꾼다고 해서 순식간에 김태희가 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마음가짐에 따라 차이는 분명히 있다.
상상해 보라. ‘나는 외모 때문에 피해를 볼 거야, 뚱뚱하니까 남들이 싫어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마주하고 있는 기분을. 내가 과거에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많이 밀어냈다.
이번에는 똑같은 외모이지만 '나는 김태희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매력이 있고 제법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상상해보자. 느낌이 다르지 않은가? 둘 중에 누구랑 같이 이야기하고 일을 하고 싶겠는가?
예쁘다는 것이 꼭 절대적인 개념 일까? 나는 ‘맛있다’처럼 ‘예쁘다’에도 다양한 기준이 있다고 생각한다. 불닭볶음면이 맛있고, 치킨이 맛있고, 스테이크가 맛있다.그런데 이럴 때 불닭볶음면보다 스테이크가 맛있으니까 불닭볶음면은 맛없는 게 되지는 않잖아?
그렇듯이 남들도 참 매력 있고 예쁘지만, 나한테도 고유한 매력과 예쁨이 있다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다시 한 번 강조한다. 외모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순간, 당신이 외모를 전부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출처: 책 <뚱뚱해도 괜찮아> 중 발췌
※ 칼럼제공: 다이어트 하는 닥터, 닥터유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