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여러분, 비만이었던 환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체중을 감량하고 나서, 5년 동안 그 감량된 체중을 유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될까요? 20퍼센트, 30퍼센트? 안타깝게도 5퍼센트 이하입니다!'
'아니, 뭐라고?'
내가 잘못 들은 줄 알고 다른 결과들을 찾아보았지만, 어째 내가 들은 것보다 유지한 비율이 더 낮았다.
'뭐야…, 내가 노력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는 건가?'
이러면서 잠시 우울의 바다에 빠졌다. 그러다가 우울해할 게 아니라 줄어든 체중을 계속 유지하는 사람들은 대체 뭐가 달랐는지 배워야겠다 싶었다. 연예인처럼 잠깐 빼고 활동했다가 다시 쪄도 되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그럼 요요현상을 피하는 방법은 무엇일까?다음은 <대한비만학회 비만치료 지침>에 소개된 감량된 체중을 잘 유지한 사람들의 특징이다.
1. 목표에 도달한 사람
‘당연한 거 아냐?’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결국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숫자를 목표로 삼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설령 내가 ‘45 킬로그램’이라는 말도 안 되는 몸무게를 바라더라도 우선 '한 달에 1~2킬로그램 감량'을 목표로 삼아보자. 꾸준히 빼는 게 좋으니 말이다.
2. 오랫동안 체중을 감량해 온 사람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많이 봐서인지, 아니면 후딱 해치우고 싶어하는 급한 성격 때문인지 몰라도 살은 얼른 빼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기간 유지하는 사람들은 살을 빨리 뺀 사람들이 아니라 꾸준히 뺀 사람들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3. 운동을 꾸준히, 꼭 하는 사람
체중을 감량하는 데에는 식이요법이 조금 더 중요할 수 있지만, 줄어든 몸무게를 장기간 유지하고 또 나이가 드는 것에 대비해서 꾸준히 운동할 필요가 있다.아무리 건강한 방법으로 운동하고 체중을 감량했더라도 운동을 그만두면 살은 다시 찔 것이다.
4. 너무 엄격하지 않고 융통성 있는 사람
완벽주의는 정말 무섭다. 이 녀석은 다이어트를 실패로 몰고 가기도 하고, 체중이 다시 오르게 만들기도 한다. 완벽한 식단을 짜서 그대로 따르면 체계적이고 쉽게 다이어트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렇지만 우리 삶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느닷없이 회식이 생길 수도 있고, 성대한 만찬이 따르는 필수적인 모임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런데 완벽주의자들은 '어긋난 한번'을 곧장 '다이어트 실패'라고 규정한다. 100점이 아니라면 0점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사소한 실수로도 포기해 버릴 가능성이 높다.
나도 초콜릿 하나를 먹고 다이어트 망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젠장, 망했어! 에잇, 기왕 망한 거, 치킨이나 시켜 먹어 버릴까 보다!'이러면 안되지만, 난 그랬다.
운동을 계획한 날에 못 가면 '역시 나는 안돼'라면서, 그 이후로 아예 운동을 안 가기도 했다. 방 정리를 잘 못하는 것도 ‘제대로 할 거 아니면 안 해!' 라는 바보같은 고집 때문이었다.여전히 그 똥고집이 슬슬 올라오지만, 계속 진정시켜주고 있다.
80점이나 90점에도 충분히 의미가 있고 심지어 50점도 0점보다는 낫다고.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다이어트 뿐만 아니라 삶의 여러 부분이 편해지고 있다, 다이어트 할 거면 완벽주의는 접어 두자.
5. 체중이 올랐을 때 잘 대처하는 사람
평생 다이어트 하더라도 평생 체중이 안 오를까? 그건 마치 한 번도 안 넘어지고 걷기 시작하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오르더라도 다시 줄일 수 있다고 믿어보자.
물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꼭 가능한 건 아니지만, 못한다고 생각하면 절대 못 한다.위기의 순간이 왔다고? 그럼 자식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내 소중한 사람이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이 어떻게 이야기해줄지 상상해보자.
'너 원래 그런 애잖아. 의지도 약하고 게으르고, 못할 거야. 암암.'누가 이렇게 이야기하겠는가? 그런데 왜 스스로에게는 계속 그런 식으로 말했는지 모르겠다. 용기를 주면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자.
여기까지는 책에 나온 이야기이고, 내가 하나 덧붙이고 싶은 것이 있다.
6. 지금까지 뺀 무게에 너무 매달리지 말자
내가 30킬로그램 넘게 감량하고 나서 요요현상이 오기 시작했을 때, 나는 이미 뺀 체중을 계속 떠올렸다. 어느날 체중계에 올라갔더니 5킬로그램이 늘어 있었다.
‘에이, 난 30킬로그램이나 줄였는데’ 그러다가 10킬로그램이 늘었다.
‘아냐, 난 30킬로그램이나 뺐다니까?’
여전히 내가 이룩한 성과에 매달렸다. 물론 한번 크게 빼봤으니 다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놓아 버리는 핑계로 쓰지는 말자는 뜻이다. 그리고 나는 대감량에 성공하고 나서 이젠 대충해도 더 빠질 거라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이건, 수능 잘 봤으니까 그 다음부터는 노력이며 고생 안 해도 평생 대접받을 거라고 착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쩜 이렇게 바보같이 생각하고 있었는지, 똑같이 1킬로그램을 빼더라도 체중이 많이 나갈 때보다 오히려 지금 더 노력해야 하는데도 반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살이 찌고 빠지는 문제에서는 ‘지금까지 어떻게 해 왔느냐?’ 하는 것보다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과거에 집착하다 보면, 현재를 놓칠 수 있다. 과거의 성취에 뿌듯해하면 좋지만, 아무리 잘했더라도 지금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 잊지 말자.
출처: 책 <뚱뚱해도 괜찮아> 중 발췌
※칼럼제공: 다이어트하는 닥터, 닥터유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