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하고 나서 음식을 억지로 빼내려고 일부러 토하거나 변비약을 먹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하면 먹은 것이 몸에서 빠져나갔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방법이 우리 몸을 얼마나 망가뜨리는지를 안다면 이 방법을 계속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토하면 몸 안으로 들어갔던 음식물이 그대로 올라오는 것일까?'라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NO' 라고 말할 수 있다.
음식물이 위에 들어갔다 나오는 거라 위산과 섞여서 올라온다. 알다시피 위산은 강한 산성 물질이다. 위장을 덮고 있는 피부는 위산을 견딜 수 있는 특별한 점막이지만 식도를 비롯해서 목구멍과 입안은 그렇지 않다.
위산은 식도부터 목까지 다 상처를 입히고 만다. 그래서 토하고 나서 가슴이 타들어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반복적으로 토할 경우, 점점 위와 식도가 기능을 잃어서 토하려고 하지 않을 때도 신물이 계속 올라오는 위식도 역류가 생길 수 있다.
그러면 식도에 염증이 생기면서 계속 가슴 부위가 쓰리다. 입안도 헐어서 입냄새가 심해지고 치아의 에나멜질을 녹여서 충치가 쉽게 생기기도 한다.
또 구토나 설사를 하면 몸에 몸에 필요한 수분과 전해질들이 빠져나가면서 몸에 다양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칼륨이라는 중요한 전해질이 빠져나가서 저칼륨 혈증이 생기면 몸에 힘이 없어지고 심한 경우에는 부정맥 같은 심장문제까지 나타날 수 있다.
변비약을 먹는 것도 마찬가지다. 위에서 설명한 전해질 이상 문제 말고도 만성 변비가 생길 수도 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우리 위장이 알아서 열심히 장 운동을 해서 대변을 봐야 한다. 그런데 변비약을 먹다 보면 약이 그 일을 대신하게 된다. 예를 들어 책장을 매일 정리하는 게 내 일이었는데, 언젠가부터 누가 미리 그 일을 처리해 둔 꼴이랄까?
내가 해야 할 일을 안 하면서 하루 이틀 지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내 일이라는 것도 까먹어버리는 거다. 우리 몸도 변비약을 먹어서 억지로 설사하게 하면 변비약 없이는 대변을 제대로 못 보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시간과 노력을 충분히 들이면 다시 변비약 없이 대변을 볼 수 있겠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다.
어쩌면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변비약을 먹어 봤자 섭취한 칼로리가 다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개 영양분은 소장에 의해 몸으로 흡수된다.변비약이 작용하는 부위는 소장 뒤에 붙어있는 대장이다. 변비약을 먹고 나면 왈칵 설사하면서 몸에서 뭔가 많이 빠져나가고 살이 빠지는 것 같지만 이미 칼로리는 소장을 통해 몸으로 흡수된 상황이다.
변비약을 먹어도 결국에는 전해질과 수분이 많이 빠져나갈 뿐이다. 그래서 아무리 변비약을 많이 먹어도, 약으로 빼낼 수 있는 칼로리는 섭취 칼로리의 10퍼센트 내외에 불과하다.
변비약과 비슷한 것이 이뇨제인데, 둘 다 몸에 필요한 전해질과 수분을 억지로 빼내면서 체중을 줄어들게 한다. 그래서 다이어트 방법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지만, 약으로는 우리의 진정한 적수인 섭취 칼로리나 체지방을 쓰러뜨리지 못한다.
기억하라! 그냥 물이 많이 빠져서 체중이 줄어든 것처럼 보일 뿐이다.
찜질방에 들어갔다 나오는 거랑 비슷하다. 그저 변비약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출처 : 책 <뚱뚱해도 괜찮아> 중 발췌
※칼럼제공: 다이어트하는 닥터, 닥터유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