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의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싸우지 않아야 할 날을 꼽아야 할 정도로 자주 싸우셨습니다.
술을 마시면 폭언을 퍼붓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향한 어머니의 비난은 끝도 없이 반복되었습니다.
냉담하고 우울했던 어머니는 B의 정서적인 부분까지 돌보기가 어려웠습니다.
어릴 때부터 불안하고, 우울하고, 외로웠던 감정들은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B와 한 몸이 되어버렸지요.
대학생이 되면서, B는 다이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결심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다이어트를 시작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건강하게 빼려 했지만 나중에는 자신도 모르게 체중에 대한 강박감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딱 3kg만 더 빼자.” “아니야. 지금은 부족해” “먹는 것을 더 줄여야 해!”
이렇게 식욕을 누르게 되면서, B는 폭식과 구토를 반복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B는 제게 이렇게 말을 했지요.
'살을 더 빼야 하는데, 아무리 토하고 먹는 것을 줄여도 폭식을 하게 되니 쉽지 않아요'
B는 자신이 지금 식이장애 증상이 있는 것보다 살을 못 빼는 자기 자신이 더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다이어트로 오해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언뜻 보면 다이어트의 문제인 것 같지만 사실 B는 내면에서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잘못된 다이어트, 폭식, 구토로 해소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B처럼 어린 시절 발달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분들은 늘 내면이 불안하고, 무기력한 상태를 반복하게 됩니다.
다이어트는 어떻게 하다 보니 붙잡게 된 감정조절의 수단이 되었을 뿐인 것입니다.
내가 감정조절이 안 되어 각성 상태가 높아져 교감신경이 과잉으로 나오게 되면, 신경과민, 집중력 저하, 분노발작, 불면증, 긴장, 사람에 대한 불신, 자기 비난, 완벽주의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각성 상태가 낮아져 부교감 신경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우울증, 무기력, 죽고 싶다는 느낌, 멍한 상태, 관계에서 단절된 느낌, 무의미함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타듯 위, 아래를 왔다갔다 하며 진정이 안되는 불안정한 상태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처음 촉발 요인이 다이어트였기 때문에 B처럼 많은 분들이 이것이 내면의 문제라기보다는 다이어트의 문제라고 오해하시는 것입니다.
B는 저와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발달 트라우마를 다루며, 언제 과각성이 되고, 언제 저각성으로 내려가게 되는지 알아차림 훈련과 감정조절에 대한 연습을 배워나갔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차츰차츰 식이장애 증상도 없어졌고, 자신을 더 이상 미워하지 않고 사랑할 힘도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잘못된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 당연히 식이장애 증상은 생길 수밖에 없게 됩니다.
식이장애 증상을 유지하면서 건강한 다이어트는 할 수 없게 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식이장애 증상이 나오고 있다면, 내가 평소에 어떤 감정 상태를 왔다 다 하는지 들여다보시기를 바랍니다.
※칼럼제공: 너는 꽃 식이장애전문상담센터/박지현 상담심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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