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밥 먹을 때 소리 내고 먹는 게 꼭 네 아빠 같구나. 어떻게 그렇게 나쁜 것만 빼 닮았냐?'
'너는 애가 맨날 그렇게 먹는 것만 밝히더라. 머리에 맨날 먹을 거 밖에 생각 안 하니?'
'맛있는 건 알아가지고 반찬도 비싼 것만 싹싹 골라먹었네. 너는 애가 왜 그렇게 얍삽하니?'
'그렇게 할 거면 내 집에서 밥도 먹지마. 앞으로 다 밖에서 먹고 들어와!'
음식이 우리 삶에 중요한 요소이고 일상과 함께 있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가정에서 음식과 연관지어, 비난, 협박, 비아냥과 같은 말들이 오고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위의 내용들은 음식 자체의 문제가 아니지요.
부모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자녀에게 화풀이 한다던가, 자신의 불안이나 불편한 마음들을 건강하지 못한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 진짜 문제이지만, 듣는 당사자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성인으로 자라나는데, 부모가 제일 기본적으로 채워줘야 할 욕구는 바로 '먹는 것'입니다.
물론 먹는 것만 채워준다고 해서 다가 아니라 정서적인 돌봄도 중요하지만 말입니다.
이렇게 제일 기초적이고 중요한 식욕 자체를 혐오하며 문제 삼는 부모의 발언들은 자녀에게 깊은 수치심을 남기게 되는 것입니다.
'내가 배고픔을 느끼는 것 자체도 부끄러워요.'
'다른 사람 앞에서 많이 먹는 모습을 보이는 게 싫어서 혼자 방에서 먹는 편이예요.'
'내가 메뉴를 선택하는 것 자체도 다른 사람이 날 먹는 것만 밝힌다고 생각할까 봐 못하겠어요.'
자신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창피하고 느끼면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된 당사자는 자신의 존재 자체를 혐오하게 됩니다.
나의 외모, 몸, 성격 등등 보이는 모든 것들이 다 문제라고 생각하게 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살을 빼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게 되죠.
그렇게, 극단적인 다이어트는 시작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가족 안에서 음식과 결부된 비난, 협박, 비아냥과 같은 의사소통이 있지는 않았는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음식과 결부된 부정적인 말들 안에는 가족의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건 나의 문제가 아닐 경우가 매우 높습니다.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양껏 먹는 것은 인간의 매우 기본적인 욕구이자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 자신을 혐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식욕 자체를 추하고 더러운 것으로 바라보고는 있지는 않으신지요?
과거에 부모에게 받은 비난을 나에게 똑같이 하면서 말입니다.
현재의 내가 식욕을 느끼는 나 자신을 비난하고 의지가 약하다며 몰아세우고 있다면, 잠시 멈춰서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나 자신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자체도 존중해주지 못하고 돌봐주지 못하는지 말입니다.
그것이 분명 이성적으로는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말이지요.
※칼럼제공: 너는 꽃 식이장애전문상담센터, 박지현 상담심리사
함께 읽으면 도움되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