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만 되면 식욕이 폭발해서 미쳐버릴 것 같아요. 나 같은 건 살아서 뭐하나 싶기도 하고요. 그냥 슬프고 우울했다가 또 화났다가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요.
평소에 먹지 않았던 것들을 왕창 먹고 토하고 나서는 온 몸이 붓는 느낌이 들어서 사람들도 안 만나요.
괜히 집에 와서 동생이나 엄마한테 짜증을 엄청 부리니까 제가 그 주간에는 정말 미친 사람 같데요.”
00씨는 평소에 점심만 밥으로 먹고, 저녁은 안 먹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정 배고프다 싶을 때는, 계란이나 샐러드를 먹으며 다이어트를 하고 있었지요. 먹으면 살찌는 음식은 절대 입에도 대지 않았습니다.
오후에 아무리 달달한 커피가 마시고 싶거나, 과자가 당겨도 꾹 참으며 버텼습니다.
마른 몸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꼭 그 기간, 그때만 되면 폭식 구토를 하며 평소에 입에도 대지 않았던 케이크, 튀김, 떡볶이, 빵, 치킨, 과자 등등을 마구 먹었던 것입니다.
00씨는 이 모든 게 호르몬의 영향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 주기만 되면 전 제가 아닌 거 같아요. 정말 그 주기만 아니면 저는 평소에 얼마나 제 자신을 잘 통제하고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가임기 여성의 70~80%는 월경이 시작되기 전에 어떤 신체적인 증상들과 함께 기분의 변화가 나타나서 나름대로의 고통을 받지만, 이것 때문에 특별한 치료를 받지는 않을 것입니다.
월경이 끝나는 시점이 오면 증상들이 많이 없어지고 좋아진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것을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월경전 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그렇지만, 월경 전 불쾌장애는 이것보다 증상이 훨씬 심각한 경우를 말합니다.
이 장애는 우울장애에 하위유형으로 들어갈만큼 일상생활에 심각한 방해를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상담을 하다 보면, 식이장애가 있는 분들이 이런 월경 전 불쾌장애도 함께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여러 해결되지 않은 감정들과 평상시 갖고 있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통해 누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호르몬 변화와 함께 평상시 식욕을 누르는 다이어트는 월경 전에 폭식, 구토를 심하게 일으키기에 충분한 위험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식이장애가 있는 분들은 오히려 월경 전 1주일 동안은 오히려 식욕을 충족시켜주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폭식을 막을 수 있습니다.
만일 조금 과식을 했더라도 수용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 월경 전 불쾌장애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 기간에 편두통이나 다른 신체적 증상으로 괴롭다면, 여성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이 다량으로 분비되어 그럴 수 있으니 따로 병원에서 약을 처방 받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무조건 월경 전에 많이 먹게 되는 나를 비난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의학적인 도움을 미리 받고, 내가 주로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 증상의 심각도나 형태, 기간, 감정, 생각 등을 적는 일지를 작성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말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월경 전에는 미리 내가 금지했던 간식도 먹어보고, 식사량이 너무 적었다면 미리 늘려서 먹어보는 것이 오히려 좋다는 것입니다.
식욕을 허용해주는 것이 내 몸이 취약한 상태에서 나를 극단으로 몰고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칼럼제공: 너는 꽃 식이장애전문상담센터, 박지현 상담심리사
https://blog.naver.com/flower_origi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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