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있는 서점에 나가서 기분전환을 하고 싶어도 나갈 용기가 나지 않아요. 저를 보고 사람들이 뚱뚱하다고 비웃을 거 같아서요. 머리로는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도 그게 마음에서는 너무 사실처럼 믿어져요.'
00 씨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 갑자기 체중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사춘기에 접어들자 살은 더 찌기만 했지요. 주변에서는 00씨를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부터요.
'너 진짜 한심하다. 그런 몸으로 살고 싶냐?”
'내가 너였으면, 그렇게 안 산다. 너같이 뚱뚱한 여자 만날까 봐 겁난다.'
'그렇게 살이 찌고도 또 먹고 싶니?'
00씨의 어머니, 아버지, 오빠는 살이 찐 00씨가 마치 큰 죄를 짓기라도 한 것처럼 얼굴을 볼 때마다 험한 말들을 퍼부었던 것입니다.
'화도 나고 어떻게 가족이 저럴 수 있나?'도 생각했지만 그건 잠시뿐이였을 뿐, 00씨 역시도 자기를 탓하기 시작했지요.
'그래 살이 찐 내가 잘못이지.'
그렇게 시작된 다이어트는 어느새 절식, 폭식, 구토를 반복하며 식이장애라는 증상까지 생기게 된 것입니다.
성인이 된 00씨는 상담을 받으며 증상은 완화됐지만, 여전히 바깥 외출이나 대인관계를 기피했습니다.
혼자 있을 때 외로움, 허전함을 느끼곤 했지만, 도저히 바깥에 나갈 엄두가 안 난다고 말입니다.
사람들이 나를 뚱뚱하다고 욕할까봐 말입니다.
이제 가족들이 00씨를 비난하지 않아도 00씨 내면에 강하게 자리 잡은 상처들은 현재에도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과거 가족들의 비난의 목소리가 이제 00씨의 일부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이런 비슷한 사례는 너무나 많이 만나고 있습니다.
'내가 뚱뚱해서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없다'라는 잘못된 믿음 뒤에는 복잡한 마음의 크고 작은 상처들이 존재했던 것입니다.
어린 아이들은 자신의 힘든 감정들을 언어로 표현할 능력이 부족합니다.
그 대신 먹는 것으로 자신의 불안, 외로운 정서들을 달래기 쉬운 것이지요.
선천적인 비만이 아닌 아이의 심리적인 불안들이 체중 증가, 살이 찌는 것으로 나타났던 것뿐입니다.
내가 뚱뚱해서 사람들이 나를 비난할 거라고 강하게 믿고 계신 분이 있으시다면, 그건 나의 잘못이 아닌, 내 몸의 잘못이 아닌 나의 힘든 마음이 그렇게 나타났을 뿐이라고 한 번쯤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 칼럼제공: 너는 꽃 식이장애전문상담센터/박지현 상담심리사
https://blog.naver.com/flower_origi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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