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자: '지금 가장 00씨를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내담자: '체중이 늘어서 살이 찌는 거요. 너무 많이 먹으면 '망했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제 자신을 통제할 수 있어야 행복해요. 통제의 바탕은 먹는 것에서 시작하거든요.'
치료자: '살이 찌고 빠졌냐에 따라 00씨의 존재감이 어떻게 달라지나요?'
내담자: '살찐 나는 무능하고 아무것도 못하고, 마른 나는 조절을 잘 하고 분별력 있는 사람이에요. 날씬하면 자신감도 생기고 스스로를 존중해주기 시작하고, 다른 사람도 쉽게 만날 수 있어서 대인관계도 잘하게 돼요. 그러면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어서 공부도 잘 할 수 있어요. 날씬하냐 날씬하지 않느냐가 저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요'
치료자: '그러면 날씬할 때에만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느끼는 거네요'
내담자: '네. 뭐든지 완벽해야 제 자신이 마음에 들어요.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는 것도 있지만 제가 완벽해야만 다른 사람들이 좋아해 줄 것 같거든요.'
치료자: '내가 완벽해야지만 다른 사람들이 날 좋아해준다고 믿는다면 00씨에게 체중은 정말 중요한 부분이 되겠네요'
식이장애 상담을 할 때 대부분의 내담자들은 나를 힘들게 하는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깨닫지 못합니다.
현재 힘든 것이 무엇인지 질문했을 때 10명 중에 8명은 거의 대부분 '살찌는 것에 대한 두려움', '먹는 것을 통제하지 못해서 생기는 체중 증가에 대한 스트레스'라고 대답합니다.
살이 찌면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없어 일상생활 자체를 할 수 없으니 어떻게든 다시 통제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자책하며 오늘은 정말 독하게 적게 먹어보기로 다짐하죠.
처음에는 잘 통제되었던 식사량이 어느 순간 무너지며 폭식으로 연결될 때에는 늘어난 체중을 확인하며 자기 자신을 혹독하게 자책하고 다시 적게 먹기로 또는 안 먹기로 결심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다 보면 현재 나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은 오로지 '살찌는 것' '체중 증가' 라고 인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나라는 존재는 사실 체중에 따라 달라지지 않습니다. 체중이 증가한다고 해서 내 능력이 줄어드는 것도 아닙니다. 반대로 체중이 빠졌다고 해서 내 능력이 나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체중에 따라 주변 반응은 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내 체중에 따라 그 마음이 변하는 것도 아닙니다.
과도한 체중집착은 오히려 건강한 다이어트를 방해합니다.
1kg에 따라 나의 존재감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면 그 불안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불안이 내 마음을 지배하게 되면 오히려 다이어트는 내 삶을 무너뜨리는 위험요소가 되는 것이지요.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살찌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이면에 내가 정말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 자신에게 먼저 질문을 해보면 어떨까요.
왜 살이 찌면 왜 안 되는 것인지, 보다 근원적인 내적인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해보는 것입니다. 그 질문의 시작이 빠져 나오기 힘든 덫에서 여러분을 나오게 해줄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 칼럼제공: 마음과 마음 식이장애 클리닉 박지현 상담심리사
http://www.eatingdisor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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