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나는 뚱뚱한 자신을 미워해야만 다이어트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왜냐하면 살을 찐 자신을 사랑하면 그 모습에 만족하게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반대로, 다이어트를 포기했을 때는 뚱뚱한 자신을 사랑하니까 다이어트를 할 수 없다는 핑계를 댔다. 나는 살이 찐 상태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또 잘 살고 있다고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확실히 뚱뚱함이 나를 불행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건강과 행복에 방해가 되는 것은 분명했다. 뚱뚱해도 괜찮은 척하다가 혼자 있을 때면, 그 반동으로 더 심하게 폭식한 적도 많았고.
자신을 진짜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얼마나 바보같은 생각이었는지 깨닫는 데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체중이 나가는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되면서 처음에는 다이어트를 포기할 마음도 없지는 않았다. 그런데 점점 사랑하는 나를 위해서, 내가 건강하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노력하고 싶어졌다.
감량해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감량하고 싶다는 소망으로 바뀌었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도 그랬지만 다이어트와 건강한 생활습관을 꾸준히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
평생 뚱뚱한 것을 미워하며 지낸다고 상상해보자.
잠깐 자신을 몰아붙이면서 감량할 수는 있겠지만, 과거의 나처럼 20~30kg은 빼야 한다면 그 오랜기간을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정상 체중에서 5kg 정도 더 나가는 과체중이라면, 뚱뚱함을 미워하면서 조금만 날씬해져도 스스로를 좋아해줄 수 있겠지.그런데 나는 뚱뚱한 것을 엄청 미워하면서 10kg을 줄여도, 심지어 20kg을 줄여도 여전히 뚱뚱하기만 했다.그 정도로 날씬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10kg을 빼고도 나 자신이 그리고 스스로를 학대하게 만드는 세상이 미워서 더 감량하기보다는 포기해 버렸다.
감량하고 나서도 문제다.
뚱뚱한 것을 미워하면 기껏 살을 빼고도 다시 살이 찌지는 않을까? 하는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늘 받을 수 밖에 없다. 물론 그 마음으로 더 잘 버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은 그 마음이 독이 되어 폭식과 요요현상을 경험했다.
이번에는 반대로 해보자. 뚱뚱해도 괜찮지만 이왕이면 사랑하는 자신을 돌봐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나는 처음에는 ‘뚱뚱하고 성격도 더러운 나를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을 테니 나라도 사랑해줄 테다’라는 굉장히 꼬인 마음으로 나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10여년 동안 꾸준히 세뇌하다보니까 점점 앞의 수식어들이 없어지고 ‘나를 사랑해주자’라는 마음이 남았다.
물론 여전히 가끔 울컥하고 내가 미워질 때가 있다. 한동안은 그렇게 오랜 기간을 노력을 했는데도 여전히 마음이 무너질 때가 있다는 게 짜증나기도 했다.
‘나를 사랑하는 게 대체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 이런 생각으로 점점 깊은 절망의 구덩이로 기어들어가기도 했다.
그렇게 고민하던 중 <하워드의 선물>이라는 책을 읽고, 스스로는 속속들이 알고 있지만 타인은 겉으로만 볼 수 있기 때문에 더 좋아보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의 장점은 잘 보여도, 깊숙하게 숨겨놓은 약점이나 단점은 금방 알아차리기 힘드니까. 가까워질수록 단점을 샅샅이 알게 되는데, 나는 나와 너무 가까워서 사랑하려면 더 큰 노력이 필요한 거였다.
출처: 책 <뚱뚱해도 괜찮아> 중 발췌
※칼럼제공: 다이어트하는 닥터, 닥터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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