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사례)
내담자: 다시 폭식, 구토 횟수가 늘었어요. 정말 이제는 구토하는 것도 힘들어서 하고 싶지 않거든요.
치료자: 횟수가 늘어난 특별한 이유라고 있었나요?
내담자: 오랜만에 체중을 쟀더니, 2kg이나 늘어난 거예요. 이성적으로는 그깟 2kg 정도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은 하지만, 사실은 살이 찌면 사람들이 저를 싫어할까봐 두려워요.
그래서 아침, 점심은 거의 먹지 않다가 저녁에 몰아서 먹고 토하거든요. 계속 반복되는 사이클이 너무 싫어요.
치료자: 살이 찌면 사람들이 00씨를 싫어한다고 믿고 계신 거네요?
내담자: 네. 잘난 구석이 하나도 없는데 살까지 찌면 당연히 사람들이 절 좋아하지 않을 거 같아요.
치료자: 그렇군요. 그럼 당연히 폭식, 구토를 멈추는 게 힘들 수 밖에 없겠네요. 그럼 오늘 한 번 00씨 내면의 여러 부분들을 만나볼까요?
일단 잘난 구석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는 00씨 내면의 그 파트가 00씨 중심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네요.또 폭식, 구토하는 파트도 있네요.
내담자: 선생님 저 다중이에요?
표면적으로는 마른 것에 대한 집착, 폭식, 구토이지만 내담자 마음 안에는 굉장히 복잡한 내면의 여러 부분들이 존재합니다.
7살 때 거부당한 아이, 초등학교 때 소외감을 느낀 아이, 결핍된 사랑에 화가 난 아이, 버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아이.
스스로가 인지하지 못하는 굉장히 여러가지 내면의 상처받은 부분들은 시간의 흘러감에 따라 상처받은 모습 그대로 굉장히 마음 깊은 곳에 머물러 있는 것이지요.
이런 내면의 상처받은 아이들은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됩니다.
내담자는 이런 부분들이 건드려지면 보통은 이 아이들을 미워하고 눌러놓습니다. 느끼는 것 자체가 너무나 고통스럽고 아프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미워하고 비판하는 또 다른 부분이 더 강해지면서, 점점 자신의 외모나 몸에 대해서도 결점이나 흠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상태가 되면 마치 자신과 타인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게 되는 상황, 완전히 자기의 주관적인 세계에 매몰된 모습을 보게 됩니다. 마치 위의 사례의 주인공처럼요.
식이장애가 치료되려면 우선해야 할 작업은 이렇게 '매몰'된 상태를 내담자가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즉, 나와 타인의 행동이 어떤 과정, 어떤 의도에서 나온 것인지를 이해할 수 있는 ‘정신화’ 능력을 높여주는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우선 내면의 여러 상처난 부분들을 볼 수 있도록 분리하는 작업, 그리고 치료자와 내담자와의 치료적 관계에서 실제 엄마에게 받지 못했던 공감과 수용을 통해 내담자 내면의 따뜻한 엄마(건강한 성인자아)로 자신의 상처난 부분들을 돌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이런 과정을 거쳤을 때에 내담자는 비로소 진정한 자기자신과 만나게 되는 자유를 누리게 됩니다.
반복되는 폭식, 구토, 절식의 사이클에서 매몰되어 있다면 이렇게 자기 자신에게 질문해보시면 어떨까요?
잠깐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서,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오늘 네 마음은 어떠니?”
마치 따뜻하고 다정한 어떤 초월적인 존재가 나에게 물어보는 것처럼, “아픈 곳은 없니?”
숨어있는 마음의 여러 부분들에 인사를 건네보는 것입니다.
※ 칼럼제공: 마음과 마음 식이장애 클리닉 박지현 상담심리사
http://www.eatingdisor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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