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씨는 과도한 다이어트, 폭식, 구토에 매달리다 서서히 용기를 내어, 현재 삶에 한발, 한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안 만나던 친구들도 다시 연락해서 만나기 시작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여러 곳에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러 다녔습니다.
그렇게 계속 노력을 하던 중 드디어 취업하게 되었고, ‘이제 이렇게만 하면 되겠지, 정상적으로 사회생활도 하고, 돈도 벌고, 이제 나도 잘 할 수 있겠지?’ 라는 생각도 잠시, 00씨는 다시 직장상사의 말 한마디로 인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외부에서 오시는 분들 만날 때는 옷을 좀 갖춰서 입는 게 어때요? 00씨 관리 좀 해야겠다. 평상시에 운동은 좀 하고 있어요? 살을 좀 빼면 더 괜찮을 거 같은데…'
역시 내가 뚱뚱해서 또 이런 말을 듣는구나, 사람들은 뚱뚱한 나를 싫어하는구나.00씨는 다시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상사 외에도 그 부서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00씨에게 겉으로 말은 안 했지만, 속으로는 관리도 안하는 뚱뚱하고 게으른 사람이라고 00씨를 무시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다시 살을 빼야겠다!
전에 하던 대로 00씨는 다시 독하게 다이어트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왠걸요.
예전에는 조금만 덜 먹고 운동을 많이 하면, 체중이 빠지는 게 눈에 보였는데 이제는 티도 안 날만큼 체중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오랜 시간 다이어트를 반복하다 보니, 이미 기초대사량은 낮아져 있고, 체지방은 늘어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00씨는 잘못된 방법인 줄 알면서도 다시 절식, 폭식을 반복하기 시작했습니다.
'너 살쪘구나?'
'요새 좀 얼굴이 좋아 보이네?'
'운동하더니 너 몸이 되게 건강해 보인다?'
'너 관리 좀 해야겠다. 너무 부해보여'
'살 조금만 빼면 더 예쁠텐데'
친한 사람들 사이에서든 아니면 친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우리는 살과 관련된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사실 위의 말들은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말들도 아닙니다.지극히 개인의 주관적인 의견으로 나온말들이니까요.
얼굴과 몸이 좋아졌다는 건 얼마나 체중이 늘었다는 말인가요? 게다가 그 말을 한 사람의 의도 또한 정확하게 알기가 어렵습니다.
그냥 나를 깎아 내리고 놀리려는 게 목적이었을까요? 아니면, 지나가는 안부인사로? 나를 너무 생각해서 이야기하는 오지랖이었을까요?
그게 어떤 이유에서건 중요한 것은 살에 관련한 말들이 나 자신을 다시 원래의 패턴으로 돌릴만큼의 중요한말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 사람의 의견은 각자 다양하기 때문에 꼭 살이 아니라도 다른 사람에게 받는 부정적 자극을 다 없앨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자극을 받고, 살 수 밖에 없으니까요.
만일, 그 말을 듣고 나서 나에 대해 느끼는 수치심, 끝도 없는 무가치함, 내가 쓸모없다는 생각, 나는 사랑스러운 존재가 아니다 등등의 부정적인 믿음이 끝없이 올라온다면, 다시 무리한 다이어트를 계획하기보다는 내 자신을 얼마나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자신의 마음을 깊이있게 들여다보시면 어떨까요?
※ 칼럼제공: 마음과 마음 식이장애클리닉, 박지현 상담심리사
http://www.eatingdisor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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