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내가 정한 식사에 대한 계획이 있어요. 이것을 지켰을 때에는 나 자신이 뿌듯하지만 반대로 식탐에 졌을 때에는 ‘그냥 망했다’ 라는 생각이 들어 폭식을 하게 돼요. 다른 사람들은 내가 살을 빼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지만 내 스스로가 만족할 수가 없어요. 주변에 나보다 마른 친구들을 볼 때면 항상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지니까요. 저는 살을 빼야지만 살 수 있어요.'
식이장애 내담자들을 상담하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내면세계의 파트는 바로 ‘무슨 일이든 완벽하게 해야 한다’라는 완벽주의입니다.
완벽주의가 항상 과도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이런 분들은 어느 곳에 가던지 두각을 나타내는 모범생들이 많은데요. 문제는 이러한 완벽주의가 바로 외모에 한창 민감한 시기와 만나게 되면 과도한 다이어트로 이어져 식이장애로까지 발전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학창시절 자신이 무리하게 세운 공부계획에 따라 하루 일과를 움직였던 것처럼, 누가 봐도 과도한 다이어트 계획을 세우고 거기에 맞게 자신을 통제하기 바빠집니다.
스케줄 표 안에 내가 먹어야 할 음식의 양과 칼로리를 과도하게 체크하며, 다 지킨 날에는 나 자신이 뿌듯하지만 그렇지 못한 날에는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져 방 안에서 나오지 않는 등 우울한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과도한 다이어트 → 음식통제불가 → 자존감 하락 → 다시 다이어트 시작 → 외모와 몸매에 대한 집착이라는 순서로 움직이게 됩니다.
그럼 왜 이토록 내가 완벽해야 한다는 과도한 완벽주의가 두각을 나타내는 것일까요?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내가 모든 면에서 완벽해야지만 사랑받을 수 있다’ 라는 더 깊은 근원적인 불안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시도 나를 편안하게 두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부분이 다이어트와 만나게 될 때 자신에 대한 존재 기준을 섭식, 체형, 체중 그리고 그것들에 대한 조절에도 적용해 비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강력한 식이제한과 엄청난 양의 운동을 하게 됩니다.
식이장애를 치료할 때는 바로 이런 완벽주의 신념을 치료해야 하는데 대개는 이런 생각들로 자신을 정의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나는 결함이 있다 (잘못됐다, 흠이 있다)
· 나는 더럽다 (흉하다, 추하다, 불결하다.)
· 나는 무능하다 (부족하다, 어리석다, 부적절하다)
· 나는 쓸모없다 (가치 없다)
· 나는 원치 않는 사람이다 (사랑 받지 못한다, 인정받지 못한다.)
· 나는 버려질 것이다 (잊혀질 것이다, 제외될 것이다)
· 나는 약하다 (연약하다)
· 나는 나쁘다 (버릇없다, 형편없다, 사악하다, 비열하다)
· 나는 불쌍하다 (동정받을만하다, 미천하다, 눈에 띄지 않다)
·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가치 없다, 눈에 띄지 않는다, 주목 받지 않는다, 텅 비었다)
혹시 지금 여러분의 삶에 다이어트 말고는 다른 삶의 영역은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요?
과도한 완벽주의로 인해 현재 내 삶의 어떤 영역들이 훼손되고 있는지, 얼마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정작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지, 또한 얼마나 비현실적인 목표를 들이밀며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자기 자신을 평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꼭 기억하세요! 완벽에 가까워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해서 나 자신이 가치없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 칼럼제공 : '마음과 마음 식이장애 클리닉' 박지현 상담심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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