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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식을 극복하는 법, 나쁜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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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나 자신이 이제 누구인지 모르겠어요.

제 별명은 '날개 없는 천사' 라고 불릴 만큼 늘 사람들에게 착한 사람이었어요. 학창시절 내내 단 한 번도 숙제를 안 한다거나 선생님 말씀도 어겨본 적도 없어요. 늘 반듯하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무조건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나 자신이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정작 속은 힘들어 죽겠으면서도 사람들이 부탁한 건 웃으면서 다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은 항상 저를 밝고 긍정적인 사람으로만 인식하고 있는데 이제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점점 지쳐가는 것 같아요.


집에 가서는 이런 사람들과의 관계가 너무 피곤해서 폭식하는 횟수도 점점 늘어만 가요. 도대체 어떤 게 저의 진짜 모습일까요? 이제는 제가 뭘 원하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식이장애를 가진 분들의 성격적인 공통점은 바로 너무 착하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좀처럼 자신의 의견을 내세울지 모릅니다. 항상 나 자신의 니즈(needs)보다 다른 사람의 니즈를 채워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다른 사람이 조금만 좋지 않은 표정을 지으면 그것이 온전히 내 잘못인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합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기분을 좋게 해주려 상대방의 표정과 감정을 신경쓰느라 정작 나 자신의 감정은 늘 뒷전입니다. 내 감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현재 감정입니다.


어느날 이유 없이 힘든 날에도 정작 내 마음의 힘듦은 상대방에게 표현할 수 없습니다. 늘 밝은 모습,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사랑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나의 어두운 면은 상대방에게 절대 보여줄 수 없는 모습입니다.그러나 상대방의 힘든 얘기들은 내가 자청하여 들어주고 위로도 아낌없이 건넵니다.


이런 패턴이 유년 시절부터 성인기까지 반복되다 보면 내 욕구를 알아차리고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매우 둔해지고 나중에는 내가 원하는 것이 도대체 뭐였는지도 알아차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내 욕구대로 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원하는 기준에 맞춰 계속 살게 되면, 위의 사례처럼 반드시 어느 지점에 가서는 신체적인 증상과 함께 심리적인 부작용이 반드시 찾아오게 되어있습니다. 바로 폭식이 그런 신체적인 증상 중 하나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음식은 누구를 의지하지 않고도 손쉽게 음식으로 나의 부정적인 감정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으므로 더 쉽게 선택하게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그녀들을 참 좋아합니다. 자신의 기분을 살펴주고, 친절하고, 순종적인 이런 그녀들과 있으면 편안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의 칭찬과 긍정적인 피드백은 오히려 그녀 스스로가 더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왜곡된 신념을 강하게 만들어버립니다.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만들어 버렸을까요? 착하다고 좋은 것이 아닙니다. 내 욕구를 살피고 스스로 위로하는 능력은 나를 사랑하는 방법 중 가장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어린 시절 특별한 학대가 있지 않았더라도 부모님의 교육방식이 완벽주의와 통제가 심했던 환경이었다면, 아이는 어머니가 잔소리 한마디 하지 않았더라도 비언어적인 행동과 눈빛에 영향을 받아 스스로가 어머니의 가치관을 내면화하여 그 방식을 적용하기 시작합니다.


즉 내가 완벽한 아이가 되어야만 엄마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하여 처음에는 그 시작이 공부에서 다이어트까지 이동됐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너무 불안한 환경에서 자란 분 역시 부모화(자녀가 오히려 부모의 임무를 수행하고 부모를 살피는 것)가 되어 자신의 니즈를 먼저 살피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내 욕구와 감정을 살피는 것은 나쁜 것이고 이기적인 행동이 아닙니다. 나의 욕구를 잘 살피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야 정서적 폭식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내가 아무리 내 욕구를 다 버리고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춘다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나의 욕구를 스스로 챙기지 않으면 그 누구도 그것을 대신 챙겨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습니다. 타인의 시선에 집중해 긴 시간을 지내다 보면 위의 사례처럼 이제는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조차 기억나지 못하게 됩니다.


힘드시겠지만 가장 편안한 대상에게 내가 숨기고 싶은 어두운 감정을 표현해 보는 것, 그리고 이전에는 할 수 없었지만 작은 부탁부터 천천히 해보는 연습, 그리고 나 자신이 어떤 것을 좋아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진짜 나를 찾아가는데 있어서 첫 걸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래된 일이지만 전에 집단 상담에서 어떤 분이 하셨던 말이 기억이 납니다.


'이제 좀 나쁘게 살아 보려고요. 싸가지 없는 애가 되려고 결심했어요. 그 동안은 다른 사람들 눈치 보느라 내가 하고 싶은 걸 정작 하지 못했어요. 이제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보려고요. 그래서 제 별칭이 싸가지예요'



※ 칼럼제공 : 마음과 마음 식이장애 클리닉, 박지현 상담심리사

http://www.eatingdisor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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