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을 금지하면 불면증, 우울증, 초조감 등 부작용이 나타나는데 마치 금연할 때처럼 금단현상이 생긴다. 이를 전문용어로 ‘슈거 블루스’라 하고, 설탕 금단에 의한 우울증을 말한다.
갑자기 탄수화물을 끊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한국인 식단에서 탄수화물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탄수화물과 이별하기 위해 우선 다이어트 초기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당을 줄이는 것이다.
첫째, 믹스커피, 주스, 청량음료 등 불필요하게 섭취하는 당류를 줄여야 한다.
둘째, 하루 한 끼 정도는 탄수화물보다는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한다. 달걀흰자, 닭가슴살, 두부 등이 추천된다.
셋째, 제과점을 지나쳐야 한다. 빵은 탄수화물 중독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서양의 주식인 빵이 한국에서는 간식이다 보니 첨가물이 많이 들어가서 고열량, 고당류 식품이 되기 십상이다. 대신 고구마 현미 등 정제되지 않은 좋은 탄수화물을 먹도록 한다.
탄수화물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사랑에 빠져라?
사랑에 빠지는 것은 외도하라거나, 이성을 마구 만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이성과 열애에 빠지면 ‘도파민’이라는 쾌락 물질의 분비가 증가해 탄수화물에 대한 욕구가 떨어지게 된다. 사랑에 빠지면 바라보고만 있어도 배가 안고프다는 말이 있다. 사랑은 어떤 대상에 대한 애착을 말한다.
예컨대 애완견이나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취미 생활, 일상의 소소한 재미 등 매너리즘과 피로를 날려줄 그 무엇이 의도적으로 마련된다면, 탄수화물 중독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다.
꼭 특급 리조트로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게 해줄 소일거리가 필요하다.
산책, 늦은 걸음, 애착, 사랑, 수면은 도파민뿐만 아니라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올려줘 우울감, 무기력, 스트레스를 줄이고 결과적으로 심리적인 허기를 채워줘 더 이상 폭식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해줄 수 있다.
사랑에 빠진 젊은 여자는 반드시 살이 빠지게 돼 있다. 나를 바라봐주는 누구, 잘 보이고 싶은 사람, 서로 몰입하고 있는 파트너가 있다면 예쁘게 보이도록 살이 빠진다.
허니문 시기에는 누구에게나 도파민이 분비되고 배가 고프지 않다. 그렇다고 매일 사랑에 빠지기는 어렵다. 다만 매사에 열정을 가지고, 자신과 주변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웬만해서 살이 찌지 않는다.
자기를 못살게 굴지 말라!
탄수화물 중독이 있는 여성들은 자기가 간식을 끊지 못한다고 스스로를 못살게 군다. 살이 찌는 것도 스트레스인데, 자기가 음식 하나 통제 못한다고 생각하니 스스로 한심해지는 것이다.
자존감의 저하는 심리적인 허기와 더불어 더욱 탄수화물을 찾게 하고, 뇌내 신경 전달물질의 역할로 중독에 이르게 한다.
따라서 작심삼일인 자신을 더 이상 괴롭히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탄수화물 중독에서 벗어나는 한편 전반적인 생활의 리듬을 다시 찾아야 한다.
탄수화물 중독을 겪는 사람은 다른 문제도 갖고 있다.
내 몸이 너무 피곤하지는 않은지, 스트레스가 많은지, 잠은 잘 자는지, 대인관계는 어떤지, 심리적인 허기를 겪는지, 내 욕심이 너무 과도한 것은 아닌지, 영적으로 허탈하지 않은지 점검해봐야 한다.
삶의 전반에 걸쳐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생각하고 재충전할 수 있는 ‘도구’를 찾는 것이 좋다.
탄수화물을 자꾸 찾는 사람은 결국 ‘자기’를 돌아봐야 할 시간이 도래했다는 뜻이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 가운데 먹어도 먹어도 계속 배가 고프다고 호소한다면 ‘사랑과 관심’을 보여줄 때다.
※칼럼제공: 서초좋은의원 유은정 원장(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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