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자: 어떻게 오시게 되었나요?
내담자: 다이어트를 하던 중에 폭식과 구토가 생겼어요. 아무리 멈추려고 노력했지만 잘되지 않아서요. 최근에 더 심해져서 이제 스스로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오게 되었어요. 살찔까봐 아침, 점심은 적게 먹고, 몰아서 먹고 토하니 살도 안 빠지고요.
치료자: 어떻게 좋아지고 싶으세요?
내담자: 체중이나 음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남들처럼 자유롭게 먹고 토하지 않고. 또 자신감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보통 처음 상담할 때 나누는 대화입니다.
이렇게 처음 시작한 상담이 성공적으로 종결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증상의 정도와 내용은 차이가 있지만 몇 가지 공통적인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1. 체중, 음식에 집착하는 단계입니다
식사습관이 혼란스럽고 불규칙합니다. 마른 것에 과도하게 집착해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자신과 타인, 상황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체중에 따라 자신의 자존감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것이 큰 특징입니다. 이때는 안정적인 식사행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규칙적인 식사'에 초점을 맞추어 인지 행동 치료를 하게 됩니다.
2.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조금씩 인식하게 됩니다
음식과 체중에 압도되어 자신의 내면을 자각하지 못했던 것을 조금씩 분리하는 단계입니다. 사실 진짜 심리적인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폭식, 구토, 과도한 다이어트에 집착하고 있었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됩니다.
3. 자신의 심리내면과 식이장애 증상과 연결짓는 단계입니다
더 이상 마른 것이 나의 진짜 자존감을 높여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신의 트라우마와 상처를 인식하게 되고, 어릴 적 주 양육자와의 애착 관계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4. 내면 깊숙한 곳에 묻어놓았던 마음의 상처를 보듬는 단계입니다
과도한 신체집착, 낮은 자존감이 결국 식이장애 증상을 만들었고, 과거의 비판과 비난들이 나를 아프게 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입니다. 이 때는 애착관계에 중심을 둔 심리정서치료, EMDR치료 등의 방법을 사용하게 됩니다.
5. 진짜 자기 자신과 만나게 되는 마지막 종결 단계입니다
더 이상 과도한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나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이죠. 마지막 단계까지는 사실 개인의 증상, 자원, 가족의 협조에 따라 치료 기간은 짧아질 수도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 단계까지 오기까지는 치료자, 내담자, 가족은 많은 협력과 노력을 해야 합니다. 마른 것에 대한 집착, 체중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에 몰입되어 있으면, 음식과 체중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식이장애라는 덫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과 식이장애 증상을 연결하는 것이 치료의시작입니다.
※ 칼럼제공: 마음과 마음 식이장애클리닉 박지현 상담심리사
http://www.eatingdisor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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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만 섭식장애는 정말 극복하기 힘들어요.. 몸이 병이 아니라 맘의 병이거든요.
섭식장애에 대해 공부하면서 뭘 먹을 때마다 칼로리를 일일히 따지고, 체중 0.1에 일희일비하고 이런 것도 다 경미한 섭식장애증상이라고 배웠어요. 본격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섭식장애 단계는 이다음 수준부터구요.
너무 조급해하거나 체중에 연연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조금씩 습관을 바꿔나간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하는 것 같아요. 건강을 망치면서까지 마른 몸매가 되는건 다이어트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