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씨는 자신의 인생에서 최고 좋았던 때는 대학교 2학년이라고 했습니다.
'어떤게 그렇게 좋으셨어요?' 00씨에게 저는 물었습니다.
160cm에 43kg, 어떤 옷이든 다 입을 수 있어서 좋았고, 체중이 내려갈수록 자신이 뭔가 특별한 존재가 된 것 같은 느낌, 특히 주변 친구들과 남자들의 관심은 다이어트를 하기 전에는 받아보지 못했던 것이라 더 좋았다고 했습니다.
'내가 계획한대로 통제가 가능했어요. 음식량, 학업, 수면까지요. 배고파서 힘들지 않았냐고요? 전혀요. 배가 고픈 느낌이 날수록 더 기분이 좋았어요. 뭔가 내 자신이 잘 하고 있는 것 같았고, 묘한 성취감 그리고 머리도 맑아지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1년, 00씨는 43kg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생활의 중심을 다이어트에 초점을 두어야 했습니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맥주 한잔을 들이켰던 즐거웠던 식사자리는 00씨에게 점점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칼로리 계산이 자동적으로 되면서 못 먹는 음식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지요.
남자친구와 데이트도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잘 먹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00씨는 그 전날 더 많은 통제를 스스로 해야했기 때문입니다.
하루에 아침, 저녁으로 4시간씩 운동할 시간도 확보해야 했기 때문에 00씨 삶에서 이제 타인과 교제하고 친밀감을 누리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조금이라도 체중이 늘면 자신을 자책하며, 다시 더 엄격하게 자신의 식욕을 통제했습니다.
43kg의 그녀가 되어야만 00씨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에 사실 너무나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그 고통을 견딜 수 있었습니다.
1년이 지나고, 폭식과 절식을 반복하며 그녀는 이제 58kg가 되었습니다.
통제할 수 없는 식욕, 늘어난 체중 앞에 그녀는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고 초라해서 외출을 하기 힘들 지경이라고 했습니다.
다시 43kg가 되어야만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무너진 자존감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죠.
건강한 다이어트는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을 통해 신체적으로 내 몸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규칙적이고 적당한 식사와 운동은 위나 장의 건강뿐 아니라 각종 질병을 예방하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여 몸 안에 지방이 축적되지 않도록 해줍니다.
이런 규칙적인 습관은 내 몸과 마음에 활력소를 주어 일상생활에 소소한 행복감도 느끼게 해주는 것이지요.
그런데 다이어트를 이렇게 신체적으로 건강해지기 위한 신체적 동기가 아닌 자존감 회복, 자신감을 높이기 위한 심리적 동기에 의해 하게 된다면, 00씨와 같이 잘못된 다이어트를 하기 쉬워집니다.
내 마음의 상처로 인해 견고하게 자리잡지 못한 낮은 자존감은 스스로에게 '너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격려해주고 모든 상황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없게 만듭니다.
주변 사람들의 칭찬을 통해 확인을 받아야만 자신의 존재에 대해 안심할 수 있기에 남들에게 제일 먼저 보여지는 마른 몸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다른 사람들이 마른 내 몸을 보며, 감탄하고 칭찬할수록 나는 더 괜찮은 사람이 된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00씨도 아마 처음에는 내가 통제한대로 체중이 내려가니 짜릿한 희열감을 느낄 수 있었을 겁니다.사람들이 00씨의 마른 몸에 감탄하고 부러워할수록 00씨는 자신이 더 특별한 사람이 된다고 느꼈겠지요.
그렇지만, 43kg라는 비정상적인 체중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애초부터 무리한 체중에 대한 목표설정은 무너지기 마련이기에 자신의 자존감을 남들의 시선에 두는 것을 바꾸지 않는 이상은 아무리 저체중으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그 만족감은 아주 잠시 뿐일 것입니다.
43kg 만이 살길이라고 외쳤던 그녀의 무의식에서는 아마도 누군가에게 이런 말이 듣고 싶어서 그렇게 다이어트에 집착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00야, 너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사랑스러운 존재야. 네가 어떤 모습이라도 나는 너를 사랑한단다.'
여러분은 어떤 동기에 의해서 지금 다이어트를 하고 계시나요?
※ 칼럼제공: 마음과 마음 식이장애클리닉 박지현 상담심리사
http://www.eatingdisor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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