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에 계속 실패하다 결국 폭식증을 앓는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해 '의지가 약해서, 잘 참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라며 자신을 자책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이어트를 잘한다는 것은 의지를 갖고 자신의 신체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내부 감각을 잘 참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거식증 또는 폭식증이 있는 사람은 배고픔은 물론이고 슬픔, 외로움과 같은 감정도 잘 참아내고, 심지어는 신체적 통증까지도 잘 참아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과도하게 참다 보니까 역효과로 폭식이 터져 나오는 것이죠. 마치 용수철이 억눌리면 더 강하게 솟구쳐 오르는 것처럼 말이죠.그러니까 폭식을 하게 되는 것은 절대로 의지가 약하거나 식욕을 참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너무 높은 목표치를 정하고 너무 엄격한 다이어트를 하기 때문에 결국 억눌리고 또 억눌린 식욕이 터져 나오는 현상입니다.
· 칼로리가 높은 나쁜 음식은 절대로 먹지 않기
· 저녁 6시 이후에는 절대로 음식을 먹지 않기
· 친구들과 먹을 때는 누구보다도 적게 먹기
· 하루에 밥은 한 끼만 먹기
· 하루 1,000칼로리 미만으로 먹기
이러한 엄격한 다이어트 원칙은 결국 시간이 지나가면 폭식을 유발시킬 수밖에 없습니다.사실 이러한 엄격한 다이어트를 하게 되는 밑바탕에는 지나친 완벽주의라는 문제가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완벽주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느 정도 필요한 요소이기는 합니다. 절대 나쁜 것만은 아니죠.
미리 미리 준비하기, 끝까지 정확히 마무리하기, 귀찮아도 참고 매일 매일 하기,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기 위해 연습 반복하기, 다른 사람들로부터 대단하다는 평가 듣기, 최고가 되기 위해 남들보다 더 노력하기, 목표에 도달하자마자 더 높은 목표를 추구하기 등등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분명 원하는 것을 얻을 확률이 높아지고 성취감도 더 많이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당신의 삶이 완벽주의 원칙에 지나치게 집착하게 될 경우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부작용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너무 성취지향적이 되다 보니 삶의 잔잔한 즐거움, 여유로움과 편안함, 친밀한 인간관계와 같은 중요한 영역이 삶에서 점점 축소된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결국 언젠가 완벽주의 원칙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을 때 지나치게 자책하고 아예 자포자기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완벽주의적 사고방식의 특징 중 하나가 ‘all or nothing’, ‘흑백논리’이거든요.
분명히 미덕이 많은 완벽주의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완벽주의로 인해 당신의 삶은 점점 더 지쳐가고 점점 더 자신감을 잃어가게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완벽주의자가 목표 기준을 약간 낮추고, 완벽주의를 살짝 느슨하게 하는 것을 못하는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인생의 완전 실패라는 부정적인 믿음을 강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그러한 부정적인 믿음은 살아오는 동안 겪은 여러 가지 경험들(부모로부터 받은 성공에 대한 압박, 완벽하지 않았을 때 받은 창피하고 수치스러운 기억, 다른 사람과 비교당한 경험, 주변 친구들로부터 무시당한 기억 등등)에 의해 여러 차례 강화되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경험들로 인해 완벽주의라는 방어체계가 지나치게 강화되면서 점점 더 완고해지고 더 비합리적인 성향을 갖게 되는 것이죠.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자면 합리적 완벽주의가 악착같은 완벽주의보다 살아가는데 훨씬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마라톤을 끝까지 완주하려면 분명 천천히 호흡을 고르며 달려야 하는 구간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죠.
이를 악물고 100미터 달리기 하는 것처럼 숨 넘어갈 듯이 뛰다가 중도에 달리기를 포기하는 것보다는 중간 중간 70~80%의 에너지만 쓰면서, 호흡을 가다듬는 것이 마라톤 완주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합리적 완벽주의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의 여러 영역에서 얼마나 완벽주의가 침투해있는지, 특히 다이어트 원칙을 완벽주의가 얼마나 엄격하게 지배하고 있는지, 어떤 자극을 받을 때 더 완벽주의가 발동되는지를 잘 파악하고 인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완벽주의가 발동될 때마다 자신의 악착같은 완벽주의가 가져오는 이익과 손해를 한번 잘 따져보십시오. 아마 생각보다 훨씬 더 손해가 클 것입니다.
이러한 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적당히 합리적인 완벽주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아주 잘하다가, 아주 못했다가 반복할 것이 아니라, 꾸준히 오랫동안 잘하는 방법을 습득해야 합니다.
저서 <'내 몸을 사랑하게 되는 날'> 발췌
※ 칼럼제공: 박지현 상담심리사, 마음과 마음 식이장애클리닉
http://www.eatingdisor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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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맞는 말인 것 같아요. 평상시에 남들 눈에는 완벽주의자처럼 보이지만 한 번 터지면 누구보다도 많이 먹고 잘 먹는 사람이 되어있다는 걸, 그래서 또 완벽함을 추구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는 것. 먹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일도 마찬가지로 악순환이 반복되는 뫼비우스 띠를 걷거나 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