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지인들이 저에게 주스 레시피를 묻기 시작했습니다.
친구 집에 갔는데 제 레시피로 만들어진 주스를 대접받기도 하고요. 그렇게 제 주위에 주스 열풍이 생기고 있는 것은 제가 얼마 전부터 주스 예찬론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저는 원래 매우 정직한 배꼽시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삼시세끼를 꼬박꼬박 챙겨먹어야 하고, 그외의 시간에 간식이나 야식도 특별한 제한 없이 가리지 않고 먹는 스타일입니다.
그런데, 생활 패턴이 바뀌고 나서부터 아침을 거르게 되고, 심지어 저녁도 거르거나 대충 챙겨먹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결론적으로 하루에 섭취하는 섭취량은 줄었지만, 체중이 빠지기는커녕 오히려 늘었고, 체지방 비율도 전에 본적 없는 숫자에 도달했던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먹는 양은 줄어들었지만, 전체 활동량이나 필요한 대사량은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에 몸 자체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늘리려고 했던 거죠.
언제 얼마나 음식물이 들어올지 모르니, 무엇이라도 일단 들어오면 몸 속에 저장을 해두는 쪽으로 대사의 방향이 바뀌었나 봅니다.
그래서, 이때 제가 생각해낸 대처 방법이 '주스'였습니다.
물론 요즘에는 좋은 재료들로 먹기 좋게 만들어 파는 주스들도 많지만,직접 만들어 마시는 주스는 첫 번째 내가 원하는 재료들의 배합으로 만들 수 있고, 두 번째로 매일 갓 만든 신선한 주스를 마실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주기적으로 재료들을 바꿔가며 질리지 않게 마실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무엇을 넣을까?”
제가 주스에 넣을 재료를 선택할 때 고려하는 사항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내가 잘 섭취 못하는 부족한 영양소를 포함할 것
외식이 잦았던 제 식생활 패턴에서, 가장 적게 섭취했던 식품은 야채였습니다.
과일은 편의점에서라도 사서 간식으로 먹을 수 있었지만, 섬유질과 비타민, 무기질이 많은 야채들은 가까운 편의점에서도 사먹기 힘들었죠.
그래서 주스 재료 목록의 1번은 항상 야채였습니다.
지금도 야채는 일부러 챙겨먹지 않으면 부족해지기 십상이고, 냉장고에 사놓더라고 빨리 먹지 않으면 금방 상해서 매일 아침에 먹는 주스에 넣어 먹는 답니다.
주스에 넣기 좋은 야채로는 양배추, 케일, 브로콜리, 셀러리, 당근, 토마토, 비트 등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야채들은 무엇이든 넣고 갈아 마실 수 있지만, 비슷한 색깔의 야채들끼리 갈아야 예쁜 주스를 만들 수 있답니다.
2. 아침식사를 대신할 정도로 속을 든든하게 할 것
오랜만에 아침밥을 먹고 출근했는데 평소 아침을 먹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더 배고픔을 느낀 경험들 있으실 겁니다.
특히 주스의 경우 단맛이 강할수록, 그리고 재료가 단순할수록, 주스를 마신 직후에는 배가 부르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금방 허기지거나 심하게는 현기증을 느낄 수 있습니다.
포만감이 오래가려면, 단맛의 과일을 넣더라도 단맛이 없는 없는 야채의 비중을 높이거나 플레인 요구르트, 두부, 견과류 등을 이용해 단백질과 지방을 함유한 여러 가지 재료들을 함께 섞어줘야 합니다.
주스라고 해서, 꼭 야채나 과일만 들어갈 거라 생각하지 마세요. 특히 두부를 넣으면 셰이크 같은 느낌을 낼 수 있고, 호두나 카카오닙스를 이용하면 고소한 맛이나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까지 살릴 수 있답니다.
3. 코를 막거나 눈을 찡그리지 않을 정도로 맛있을 것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몸에 좋은 거라며 주셨던 녹즙이나 당근주스를 떠올리면 절로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아무리 건강을 위한 주스라도 매일 마실 거라면, 맛이 없으면 곤란하죠. 아침마다 주스 때문에 스트레스 받기는 싫으니까요.
그래서, 맛과 향을 위해 단맛이 있는 과일을 이용합니다. 단, 설탕이나 시럽은 절대 넣지 않습니다. 설탕에 손을 대는 순간 ‘내 몸을 위한 주스’라는 대원칙이 무너져버리니까요.
제가 주스를 만들 때 단맛을 위해 사용하는 과일은 바나나, 사과, 블루베리, 청포도, 키위 등이 있습니다. 단, 체중감량이 목적이라면 자몽이나 키위, 블루베리처럼 당도가 낮은 과일들을 더 가까이하세요.
주스가 달면 달수록 체중감량이 더뎌질 뿐만 아니라 빨리 배고파질 수 있거든요.
4. 체질에 맞을 것
자신이 어떤 체질인지 모른다면 이 부분은 넘기셔도 됩니다. 대신 한 가지 레시피로 몇 개월을 드시기 보다는 재료들을 자꾸 바꿔가며 드시기를 바랍니다.
혹여나 체질에 맞지 않는 재료가 그 레시피에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하기 위해서는 재료에 변화를 주는 것이 좋으니까요.
한편, 저는 체질에 맞춰서 재료를 선택합니다. 덕분에 아침에 체질이 다른 남편과 두 가지 종류의 주스를 만들죠. 주스는 그냥 재료를 넣고 갈면 끝이기에 아침에 두 가지씩 만드는 것이 가능하답니다.
본인의 체질을 알지 못하더라도 먹었을 때 몸이 불편하게 느꼈던 재료는 넣지 마세요.
간혹 그냥 따로 먹으면 잘 못 먹겠으니까, 혹은 종종 내 아이가 편식하는 게 싫어서 주스로라도 만들어서 먹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굳이 그 식품을 먹지 않더라도 다른 식품으로도 충분히 그 식품에 있는 영양소를 섭취할 방법이 있으니, 억지로 강요하지는 마세요. 불편하다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니까요!
※칼럼제공: 한의사 신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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