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도 병명이 나오지 않아요”
몸은 너무 아프고 불편해서 죽을 지경인데, 혈액 검사에 영상 검사, 내시경 검사까지 해도 뚜렷한 병명이 나오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한의원을 찾으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원래 모르면 더 불안하다고. 차라리 속 시원하게 뭐가 문제라고 들었으면 좋겠다고들 하시지만, 실은 오히려 뚜렷한 진단을 받지 않은 상태가 더 희망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희귀하거나 심각한 병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진단을 받지 않는 경우가 나을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말 그대로 질병으로 아직 발전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질병이 생기는 과정은 사실 단순하지 않습니다.
생물학적인 나이, 종족, 성별과 같은 요인, 개인적인 생활 습관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 유전적인 혹은 체질적인 소인과 더불어 감염성일 경우에는 병원체의 증식 능력, 감염 능력이 영향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질병이 발생했다는 것은 신체의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하루 이틀 쉰다고 해서 회복된다는 것이 아니라 몸이 항상성을 잃고 스스로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아가기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이 시기에는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큰 의미를 갖게 됩니다.
건강검진에서 혈액검사 수치가 비정상이거나 내시경검사에서 병적인 뭔가를 발견했을 때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 상황은 보건학에서 질병의 단계별 예방 활동을 3가지로 나눴을 때, 2차적 예방 시기에 해당됩니다.
그것보다 이른 1차적 예방활동 시기는 질병이나 건강문제가 발생되기 이전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생활습관이나 환경을 개선시켜주면 좋아질 수 있는 때이면서도,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이 가장 효율적인 성과를 보일 때이기도 하죠.
마지막으로 3차적 예방 활동 시기는 임상 질환을 앓고 있을 때나 회복 시기에 병이 악화되거나 재발을 막는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혹은 재활을 하거나 사회로 돌아가기 위한 복귀훈련을 하는 시기이기도 하고요.
이렇게 1,2,3차적 예방활동이 나뉘어 있다는 것은 병이 하루 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있을 때 잘해라'는 말처럼, 내 몸도 건강할 때일수록 잘 챙기는 것이 더 큰 수고로움을 막는 방법인거죠.
건강도 때를 놓치지 않는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건강에 미치는 요인들은 보통 유전적 요인이 16% 정도, 환경적 요인과 생활습관이 33% 정도를 차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의 생활습관이 50% 이상 영향을 끼친다고 할 정도로, 타고난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에 본인 스스로가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건강하게 지내느냐, 시름시름 앓으며 사느냐를 결정하는 매우 큰 변수가 됩니다.
그렇지만, 2013년 한 논문에서는 ‘30~40대 고혈압 환자 중 자기가 고혈압인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의
비중이 35% 정도에 불과하다고 발표한 것처럼, 현대인들은 자기 몸의 상황도 모른 채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바쁘다는 것이 우리 몸이 소중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항상 잃고 나면 그 소중함을 더욱 뼈저리게 느끼는 법이지만 그때를 놓치기 전에, 그 소중함을 잃기 전에 미리미리 건강을 챙기시기 바랍니다.
※칼럼제공: 신수림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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