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시한의원 병인박사 이혁재 원장 입니다

이번 주제는 ‘갑자기 살이 찔 때 확인해 봐야 할 것’입니다.

한 달에 1kg내외 체중이 오르내리는 것은 신경 쓸 일이 아니지만, 갑자기 3kg이상 오른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최근 몇 달간 밤늦게 꾸준히 과식 했다면 당연히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별히 칼로리 섭취량이 늘지 않았는데도 체중이 증가했다면 건강과 질병예방차원 에서라도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갑자기 살찌는 것을 폭비(暴肥)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체중이 급작스럽게 증가하는 증상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폭비증의 첫 번째 원인은 몸에 습(濕)이 있는 것입니다.

습은 건조함의 반대를 뜻하는 것으로 습이 있으면 음식량이 평소와 같더라도 갑자기 살이 찔 가능성이 큽니다.

스펀지가 물을 먹으면 무거워지듯이 습이 있으면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지며 피로감이 더하면서 틈만 나면 눕고 싶어집니다.

몸이 잘 붓고 소변을 자주 보고 관절이 아프고 배가 점점 나옵니다.

요즘 같은 장마철에 몸이 더 무겁고 여기저기 아파지기도 하고, 습이 있으면 음식을 먹은 후 흡수 배출되는 기능이 잘 안 되면서 점점 살이 불어납니다.

습이 있다면 가장 먼저 먹는 습관을 확인해야 합니다.

습은 소화를 담당하는 비장 기능을 힘들게 하는데 음식을 급하게 먹거나 몰아서 한 번에 많이 먹는 습관이 있으면 비장 기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습니다.

폭비증의 두 번째 원인은 몸에 담음(痰飮)이 있는 것입니다.

담음이란 정상적인 진액이 아닌 병리적인 진액을 말합니다.

몸 안의 노폐물과 같은 것인데 이것이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정체되면서 여러 가지 증상과 질병을 발생합니다.

담음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급격한 생활환경의 변화나 불규칙한 생활입니다.

어지럽거나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숨이 차고, 몸이 붓거나 냉이 있거나 손발이 저리거나 속이 울렁거리고 쓰리다면 담음이 있다고 의심할 수 있습니다.

담음을 오래 가지고 있으면 두통이나 어지럼증, 우울증, 불면증, 위염, 식도염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와 함께 살도 같이 오릅니다.

담음이 있을 때 체중이 증가하면 다이어트를 열심히 해도 잘 빠지지 않습니다.

반드시 담음을 다스리는 한방치료를 해야 하며 일하는 시간 잠자는 시간 등을 규칙적으로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폭비증의 세 번째 원인은 스트레스입니다.

한방에서는 스트레스를 칠정이라고 하는데 칠정은 사람이 살면서 분노하고 기쁘고 근심하고 슬프고 우울하고 두렵고 놀라는 7가지 감정입니다.

이것이 적당히 발동되면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자양분이 되지만 한 가지라도 지나치면 질병으로 발전합니다.

7가지 감정 중에 가장 심각한 것이 분노입니다.

분노하면 몸 전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데 식욕이 급격히 당기면서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먹어도 배부른지 모르는 증상도 있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체중이 급격히 오릅니다.

별문제 없이 살다가 갑자기 분노하는 일이 발생하고 그것 때문에 오랜 기간 화를 끓였다면 체중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분노하면 잘 붓고 대소변도 시원하지 않고 부은 몸이 그대로 살이 돼서 이차적으로 고혈압, 당뇨 등의 대사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갑상선호르몬이나 여성호르몬에 나쁜 영향을 미쳐 다양한 질환을 유발합니다.

감정조절이 안 돼서 짜증을 많이 냈는데 갑자기 살이 쪘다면 그것이 바로 스트레스로 인한 폭비증 입니다.

이런 경우 무작정 음식을 줄인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칠정에서 오는 증상을 치료하고 적절한 운동이나 호흡 치료와 같은 이완요법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다이어트를 하고 있더라도 현재 내 몸이 습이나 담 또는 칠정이 있는지 미리 확인하고 점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칼럼제공: 소아시 한의원, 이혁재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