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시간은 다가오는데, 일이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마다, 서랍에 있는 과자를 꺼내 먹으시나요?
스트레스가 많았던 날은 저녁을 먹고도, 치킨 한 마리를 허겁지겁 해치우진 않으신가요?
많은 사람들이 감정에 휘둘린 식사를 하곤 합니다.
어제는 우울해서, 오늘은 화가 나서, 내일은 답답하고 불안해서 간식을 찾고, 야식을 찾곤 하죠.
그러다가, 어느날 정신이 번쩍 들면, 다시 이성을 찾겠다며, 식사를 할 때마다 칼로리를 계산하고, 양을 재서 먹기도 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식사 방법을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한 아이들은 밥을 먹을 때, 미리 먹을 양을 생각하고 먹지 않습니다.
맛있게 먹다가 배가 부른 것 같으면, 숟가락을 내려놓고, 금새 장난감을 찾죠.
특히, 아직 맛보지 못한 새로운 음식이 많은 나이에는 먹을 것을 쥐어주면, 요리조리 보며 관찰하다가, 손으로 만져도 보고, 입술에 가져가서 온도와 촉감은 어쩐지 보다가, 마지막에 입에 넣어 맛을 음미하죠.
맛이 마음에 들면 삼키고, 맛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뱉기도 하고요.
그런데, 나이가 들고, 어느 순간부터는 점점 감정에 휘둘려서, 식사를 하게 되거나, 바쁘다는 핑계로, 허겁지겁 끼니를 때우면서, 건강하게 식사하는 방법을 잃어버리곤 합니다.
그리고, 이는 고지혈증, 당뇨, 비만이라는 판정으로 돌아오는 원인이 됩니다.
반대로, 마음이 충만해지는 식사 그리고, 감정이 아닌 나의 감각에 의존하는 식사를 하면, 비만을 예방하고, 체중 감량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식사를 'mindful eating(마인드풀 이팅, 마음챙김 식사)'라고 합니다.
한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체중을 조절하기 위해, 기존에 갖고 있던 식습관을 바꿔서 마이드풀이팅을 하도록 하였습니다.
방법은 어렵지 않았습니다.음식의 칼로리와 무게를 재는 대신에, 음식 자체에 집중하게 했죠!
음식의 맛과 향기, 생김새 등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말이죠.
그리고, 내 몸이 보내는 배고픔과 배부름 신호를 감지하고, 그 신호에 맞춰, 식사시간과 간식시간을 계획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고칼로리 음식도 무조건 피하는 것이 아니라 한 두 입 먹으면서, 맛을 보는 느낌으로 먹도록 유도했습니다.
그렇게, 15주간 '마이드풀이팅'을 실천하도록 하였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80명 중에 42명이 마인드풀 이팅에 참여하였고, 그중 15주 프로그램을 모두 끝낸, 28명은 평균적으로 1.9kg을 감량했습니다.
반면, 마인드풀 이팅을 하지 않은 36명은 0.3kg을 감량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수치는 통계학적으로도 유의미했다고 합니다.
매일 열심히 칼로리를 계산하고, 달콤한 간식이 유혹할 때마다, 단백질바와 단백질셰이크로 대신하는 사람이라면, 이 실험 결과를 외면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기존에 알던 체중감량을 위한 식사법과는 매우 다르니까요!
마인드풀 이팅이라는 것이 이름은 거창해 보일지 모르나, 사실 아무런 도구도 필요하지 않고, 계산을 하느라 머리를 쥐어 짤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식사를 할 때에는 그 식사시간과 음식 자체에 집중하고, 또 나의 감각에 집중하기만 하면 됩니다. 참 단순하죠?
사실, 우리 몸에는 저울보다 더 정밀하고 체계적인 식욕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이 시스템은 아직 과학적으로 다 밝혀지지 않았을 정도로 경이롭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은 매일 다릅니다.
활동량이 매일 비슷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의 습도와 온도가 매일 다르고, 그에 따라 내 컨디션도 달라지고, 또 감정이나 날짜에 따라 호르몬의 흐름도 달라지죠.
그래서, 우리는 몸에 필요한 에너지 양도 매일 다르고, 몸에 탑재된 식욕 조절 시스템은 이에 맞춰서 에너지를 섭취할 양을 결정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적당한 음식 섭취를 하도록, 신호를 주죠. 허기짐과 배부름으로요.
그런데, 이런 신호와 시스템을 무시하고, 내가 계산한 양만 먹으려고 하거나, 음식의 맛과 풍미는 뒷전이고, 생존만을 위한 식사를 한다면, 고유의 식욕조절 시스템도 무너지고 망가지게 됩니다.
특히, 불안감, 분노감, 억울함, 슬픔 등의 감정들은 식욕을 느끼게 함으로써, 내 마음이 힘들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이때마다, 감정에 휘둘려 음식을 먹는 행위로 나를 위로하려고 하면, 실제로 그 감정을 해소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좋지 않은 식습관이 형성되거나 음식에 대한 중독까지 생길 수 있답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식욕조절 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단순히 체중을감량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식욕억제제를 복용함으로써, 식욕을 느끼는 것을 포기해 버리면서, 시스템을 망가뜨리기도 하죠.
이렇게 우리 몸의 식욕 조절 시스템이 망가지고, 식사를 할 때 내 마음이 식사에 만족 하지 못하게 되면, 체중을 조절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특히, 내 몸과 마음이 충족되지 않는 식사는 식사를 마치고도, 어딘가 허한 느낌을 남기게 됩니다.
그래서, 매일 의도적으로 계산한 양만 섭취하는 경우, 평소에는 잘 조절하는 듯 하다가도 어느 순간, 정신을 잃고 폭식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 폭식하는 자신을 자책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들어, 우울감이 생기기도 하죠.
또,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더욱 강박적으로 음식을 조절하려 하고, 언제 과식할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기면서, 섭식장애가 생기기도 합니다.
식사를 할 때, 눈 앞에 놓인 음식으로 마음도 충만해지고, 스스로 만족하는 식사시간을 가져보세요. 그래야, 몸도 마음도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만약, 힘든 감정들이 휘몰아칠 때는, 잠시 멈춰서, 내가 왜 이 음식을 먹고 싶은지 생각해보세요.
실제로 배가 고프고, 내 몸이 음식을 필요로 하는지, 아니면, 내 몸이 힘들다고 단지 신호를 보내는 것인지 말이죠.
만약, 후자라면 내 감정을 보살펴야 합니다. 왜 힘들었는지 감정일기를 쓰거나 산책으로 기분전환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그렇게, 내 마음을 위로 받으면, 어느새 가짜 식욕도 잠재워질 거예요!
※칼럼제공: 신수림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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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