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먹는 것을 조절하기도 힘들지만 가끔 '폭신'이 내릴 때는 더 힘들다. 의학적으로 과학과 폭식의 차이가 뭘까? 그건 바로 'uncontrolled'다.
조절할 수 없는 정신을 놓게 만드는 게 폭식이다. 먹고 싶지도 않은데 무지막지하게, 몸을 해치면서까지 먹게 되는 폭식.
나는 이 폭식을 멈추기가 제일 힘들었다. 하루 하루 매 끼니마다 먹는 것을 조절하게 되었는데도 쿵하고 그 분이 오면 위가 찢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까지, 아니면 목구멍에 음식이 꾸역꾸역 쌓인 느낌이 들 때까지 먹어야 했으니까.
그렇게 먹고 난 뒤에는 '자기 조절도 못하는 쓰레기 같은 인간' 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술을 안 마시면 거의 토하지를 못해 변기를 붙잡고 꺽꺽 시늉이라도 해 보고, 미친 듯이 운동도 하고, 잘 하던 것들을 다 포기해 버리기도 하고 … 그러고 나면 그런 나 자신이 밉고 한심해서 또 폭식을 하게 되었다.
폭식, 우울, 폭식, 우울, 폭식, 우울, 폭식의 사이클을 끊을 수가 없었다.
이 폭식이라는 녀석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반쯤 포기하고 있었던 나에게 큰 도움을 준 책이 있다. 바로 <가짜 식욕이 다이어트를 망친다> 라는 책이다. 다양한 내용이 들어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폭식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라는 이야기가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폭식은 결국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는 표현이란다. 먹고 싶어서, 배가 고파서 폭식하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이 아플 때, 힘들 때 폭식을 하는 거였다. 아,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었는데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니!
마음에 상처를 입어서 피가 콸콸콸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었는데 나는 약을 바르기는 커녕 소금 뿌리고, 모래도 뿌리고, 침도 좀 뱉어 줬었다. 멍청하게 말이지.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책 리뷰를 남길 때 별 다섯 개 만점에 세 개를 줄 정도였다. ‘폭식하고 나서 괜찮다고 생각하라니, 뭘 어쩌라는 거지?’
그러다가 어느 날 또 폭식을 해 버렸다. 잔뜩 먹고 완전히 지쳐서 나가떨어진 후 문득 그 책의 내용이 떠올랐다. 너무 힘들어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기에 진짜 지푸라기 잡는 심정이었다.
'폭식, 그래…좀 하면 어때, 괜찮아' 혼자서 날 다독여줬다.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흥얼 흥얼 따라 불렀다. 조금씩 기분이 나아졌다. 보통 폭식하고 나면 스스로가 '이 세상에 존재할 가치가 없는 인간'으로 느껴졌는데.
그런 꾸물꾸물한 기분들을 털어내고, 폭식 – 우울 – 폭식 이라는 무한 반복 루프도 끊었다. 그렇지만 중간에 폭식을 멈추는 방법은 여전히 모르겠다. 이건 'uncontrolled'니까.
대신 폭식하고 나서 자신을 더 끌어내리지 않고, 다시 폭식하지 않을 수 있게 하기 위한 나의 방법을 공개하겠다.
1. 폭식하고 나서 자신을 미워하지 말기
폭식은 마음의 상처가 났다는 신호다. 지금까지 폭식을 한 자신을 벌하려고 했겠지만 이제는 반대로 좋아하는 노래를 듣거나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거나 가벼운 산책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등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상처 입은 자신을 달래주자.
2. 마음이 진정되면 폭식의 원인을 찾아보자
'마음이 진정되면'이라는 게 포인트. 꼬마 아이가 엉엉 울고 있을 때 '왜 울어' 하고 외쳐봤자 소용없듯이 일단 상처입고 울고 있는 자신을 꼬옥 안고 토닥여 준 후에 곰곰이 생각해보자.
비슷한 상황이 되었을 때 똑같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게 미리 고민해보자. 기분이 안좋은 이유를 아는 것도 도움이 된다.
3. 폭식 후에 배고파지면 먹자
폭식했다고 며칠 굶으려 하지 말고 기계적으로 끼니때에 먹으려고도 하지 말고 배가 고파지면 맛있게 먹자. 이것도 자기 돌봐주기의 연장선상.
4. 그 이후 폭신이 오더라도 조금만 버텨보자
폭신의 강림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는다. 정말 미친 듯이 입에 음식을 쑤셔 놓고 싶은 욕구는 길어야 30분 정도 간다. 그 30분을 버티고 나면 무지막지하게 흔들리던 마음도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폭식의 욕구가 치밀어 오를 때를 대비해서 정신을 딴 데로 돌릴 수 있는 일들을 만들어 두자.예를 들면 이런 게 있다. 목욕, 산책, 독서, 방정리, 화장하기, 꾸미기 등등. 할건 참 많다!
출처: 책 <뚱뚱해도 괜찮아> 중 발췌
※칼럼제공: 다이어트하는 닥터, 닥터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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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공허함이 확 밀려 올 때면 폭식이 확하고 오더라구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