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와 기사를 통해서 삼겹살과 채소만 먹었는데 살이 빠진 일본인 이야기, 한 끼에 버터 100g이랑 치즈 100g을 먹었는데 살이 15kg이나 빠졌다는 미국인의 이야기가 자주 들립니다.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LCHF) 즉, 살의 적이라고 알려졌던 지방을 섭취하고 대신 탄수화물을 적게 먹으면, 저지방 고탄수화물식을 먹었을 때보다 체중이 더 잘 빠진다는 내용입니다.
한동안 살을 빼려면 단백질을 먹어야 한다며, GM 다이어트, 구석기 다이어트, 황제 다이어트 등이 유행했었는데 이제 지방 70~75%를 먹고 탄수화물을 10% 내외로 줄여야 살이 빠진다는 LCHF가 유행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자, 그럼 정말 고지방식 + 저탄수화물식만 하면 살이 빠질까요?
그런데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각종 방송에서 말하는 고지방식이는 양념이 가득한 갈비, 소스 가득한 패티를 넣은 햄버거, 튀기는 요리인 치킨, 야식의 대명사 족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포화지방이든 불포화지방이든 조리에서는 삶거나 찌는 형태를 권장하며 구워 먹을 수도 있지만, 양념이나 조미료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연어, 삶은 고기, 치즈, 견과류 등 양질의 좋은 지방질을 먹는 것이죠.
반면, 비교되는 탄수화물은 현미, 잡곡, 호밀, 채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빵, 떡, 과자, 튀김 등 GI지수가 높고 당분도 많은 좋지 않은 탄수화물과 비교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설탕, 트랜스 지방, 첨가물의 조합으로 열량이 높을 뿐만 아니라 건강이 나빠지고 살도 찌게 되죠. 즉 단순히 다이어트에 있어 좋은 지방과 나쁜 탄수화물을 비교하여 '탄수화물이 악의 축이고 지방이 좋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지방에 대한 오해에 관해서 다시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사실 그 동안 지방을 죄악시했던 분위기는 문제가 있습니다. 지방 중에서도 불포화 지방은 심혈관계, 피부의 재생, 체중감량, 뇌기능 활성화 등에 좋은 역할을 한다고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다이어트 시에도 올리브유, 아마씨유, 견과류 등은 다들 잘 챙겨서 먹습니다.
반면, 포화 지방은 나쁜 기름이라고 알려져서 다들 피하려고 하지만 사실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우선 포화 지방은 안정적이기 때문에 열을 가해도 잘 변질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몸에 나쁜 지방인 트랜스 지방으로 잘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오히려 불포화지방산이 불안정해서 열을 가할 시에 독성물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리브유는 열을 가해서 먹으면 몸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 들어보신 적 있죠?)
그리고 포화지방은 불포화지방 보다 빨리 연소가 되기 때문에 저장되지 않고 바로 에너지로 사용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먹고 움직이면 빨리 빠진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지방을 먹으면 포만감이 오래 유지됩니다. 그래서 공복감을 덜 느끼게 되고, 다음 끼니의 양을 줄이거나 간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한 끼의 열량은 높더라도 하루 종일 섭취하는 총 열량은 줄어들 수도 있는 것이죠.
게다가 포화 지방만 100%인 음식은 없습니다. 사실 포화지방의 대명사인 돼지고기, 소고기의 기름에도 포화지방뿐만 아니라 불포화지방이 절반 이상입니다.
그러나 지방의 경우 탄수화물이나 단백질과 비교하면, 단위 무게당 열량이 높은 것도 사실이고 그로 인해 과량 섭취하면 살이 찌거나 심혈관계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고지방식을 많이 먹는 스웨덴에서는 지난 40년 동안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간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심혈관 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죠.
즉 지방은 무조건 나쁜 음식이나 무조건 좋은 음식이 아니라 우리가 잘 다루면 도움이 되고, 과하게 섭취하거나 잘못 다루면 건강을 해치는 식품군입니다.
자, 그럼 어떻게 고지방 저탄수화물 군에서 체중이 잘 빠졌을까요?
우선 탄수화물을 제한하면 혈당이 떨어지게 됩니다. 우리의 뇌는 당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곳이고, 뇌에서는 혈당을 빨리 증가시키기 위해서 간과 근육에 저장되어 있던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전환시키죠.
이 과정에서 근육이 감소되면서 근육 내의 체수분이 같이 감소되고, 체중은 단기간에 빨리 빠지게 됩니다.
같은 무게의 지방을 빼는 것보다 체수분을 빼기가 더 쉽습니다. 하지만 단기간에 체중이 많이 빠지는 것은 대부분 체수분이 빠지는 상황이고, 이것은 꾸준히 지속되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뇌는 혈당이 부족한 상황을 절대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죠.
장기간 같은 상황이 지속될수록 결국 탄수화물 섭취욕구는 늘어나고, 지방이 아니라 체수분 위주로 체중이 빠지면 요요가 발생할 확률도 높아집니다.
또 한 가지 실험에서는 하루 세끼가 아니라 배가 고플 때 식사를 하게 하였으며, 간식을 제한하고, 건강한 지방을 먹게 했습니다. 지방 위주의 식단이므로 포만감이 늘어나 식사횟수가 줄어들 수 있었을 것이고, 간식을 금지했으므로 결과적으로 예전보다 칼로리 섭취량이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또한 각종 양념과 조미료를 일절 금지했으므로 부종도 없었을 거고요.
결국 섭취한 열량이 적었기 때문에 체중이 빠지고, 저 탄수화물 다이어트의 특성상 좀 더 빨리 체중이 빠졌다고 보입니다.
그럼 고탄수화물, 고단백 등에서는 체중이 잘 빠지지 않나요?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린 Frank M. Sacks 연구진의 지방. 단백질 탄수화물 구성차이에 따른 체중 감소를 6개월 단위로 2년간 살펴본 연구가 있습니다.
저지방 보통 단백 식단(고탄수화물), 저지방 고단백 식단, 고지방 보통 단백 식단, 고지방 고단백 식단(저탄수화물) 4가지 형태의 식단을 어떤 식단이든 하루 총 사용열량보다 750kcal 정도 적은 칼로리를 섭취하게 했더니, 6개월 후 4개 군 모두 6kg 정도의 감량을 했습니다.
4개 군 중 최소 및 최대 감량의 차이는 0.5kg 정도로 적었고요. 그리고 안타깝게도 2년이 지난 후에는 4개 군 모두 다시 체중이 증가하여, 제일 처음보다 1~2kg 정도의 감량을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 10%만이 20kg 이상의 감량을 유지했고요. 하지만 4군 모두 중성지방과 혈압은 줄어들었고, 비만과 관련된 인자들이 전반적으로 개선되었습니다.
결국, 한 두 달이 아니라 6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보면 고지방 저탄수화물이건, 저지방 고탄수화물이건 같은 열량을 섭취했을 때 체중의 감소량은 비슷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결론적으로 고지방이냐, 고탄수화물이냐, 고단백이냐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한 음식을 먹느냐,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느냐가 문제입니다.
밥을 먹어야 식사를 한 것 같은 사람에게 닭 가슴살이나 달걀만 먹으라고 하면 처음에는 참지만 결국 폭발합니다. 고기를 먹어야 배가 부른 사람에게 밥과 채소만 먹게 하면 만족이 안 되죠. 만족이 안 되면 결국 더 많이 먹거나 참다가 나중에 폭식하게 됩니다. 요요가 오는 것이죠.
다이어트는 내가 좋아하고 평생 먹어도 질리지 않을 식단을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골고루 건강하게 구성하고,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탄수화물을 먹느냐, 단백질을 먹느냐, 지방을 먹느냐 보다는 건강한 탄수화물, 건강한 단백질, 건강한 지방을 적절한 양으로 먹는 것이 중요하며, 여기에서 건강함은 튀기거나 양념이나 조미료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형태의 되도록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며, 적절한 양이란 내가 하루에 사용하는 칼로리보다 적은 칼로리를 의미합니다.
세상에 다이어트에는 유행이 있지만, 꼭 기억해야 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내용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진리라는 것입니다.
※ 칼럼제공: 예가 부부 한의원
예가부부한의원 박지영원장 다른 칼럼 보기
인슐린 저항성과 렙틴 저항성이 고지방저탄수 다이어트의 핵심인데 그거에 관련된 내용이 빠졌네요. 글은 잘읽었습니다. 비슷한 칼로리를 섭취했을 때 포만감 요인 또한 다이어트 식단 지속여부에 큰 작용을 하겠죠ㅎㅎ
한쪽으로 치우친다이어트는 건강하기 어렵습니다 인슐린 저항성이 올라가게 되면 당뇨에 노출 되기 쉽죠 . 저탄수화물 고지방식 다이어트를 다들 잘 이해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여기 저기서 들리는 내용 그냥 따라해보는 것보다 제대로 알고 적절히 받아들여 꾸준한 나만의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한 거 같네요 ㅎㅎ